건강수명 100세

파라사이언스 / 2020년 9월 / 224쪽 / 17,000원

건강수명 10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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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명 100세

김혜성 지음

책소개

UN은 2009년 ‘세계 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평균수명이 100세를 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였고, 2019년 우리나라 통계청은 당시 65세인 사람의 기대수명은 91세이며 2045년에는 한국이 세계 1위의 고령국가가 될 것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 책에서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축복으로 맞기 위해 건강수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건강수명이 줄어드는 원인을 파헤치고 그에 대한 우리의 대처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요약본 본문

문제제기, 과도한 의료화

사회학자들은 통계적 기법으로 우리 몸 상태를 재단하고 약을 권하는 현상을 ‘의료화’라는 말로 포착합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의료화란 과거에는 치료 혹은 약물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 치료의 대상이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얼마 전 질병으로 분류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사회적 논쟁이 일어난 게임중독이 좋은 예입니다. 게임을 중독처럼 좋아하는 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다가 중독증이라는 말을 붙여 치료의 대상, 그것도 약물치료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의료화이지요. 최근 들어 많이 회자되는 공황장애, 과잉행동증후군(ADHD), 건강염려증 같은 것들도 의료화의 예입니다. 저만 해도 어렸을 적 부산한 성격이라 지금 같으면 ADHD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클 듯한데, 의료화는 이런 성격상의 특징을 어떤 증상이나 질환으로 분류하는 거죠.

의료화의 과정은 여러 과학적, 사회적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하나의 기준으로 재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린 시절 저의 경우처럼 성격상의 특징이나 행동에서 오는 현상들을 약물로만 다루려는 것은 과잉 의료화라는 겁니다. 약물은 늘 부작용을 동반하기에 생활습관이나 행동치료 등 여러 보존적 요법 이후에나 꺼내들어야 할 카드일 테니까요.

저는 그런 과잉 의료화를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다루는 현대의료에서 봅니다. 이런 만성질환은 실은 그 자체로 질병이 아닐 수 있습니다. 원래는 ‘질병’을 만드는 위험요인이었어요. 심혈관 질환이라는 ‘질병’을 만드는 흡연, 음주, 운동부족, 생활습관처럼 말이죠. 질병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고, 뚱뚱하고 혈압이 높고 피 안에 당 수치가 높거나 지방이 좀 많은 것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라는 질병을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요소라는 것입니다. 이건 제 말이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가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포함한 위험요인들은 대부분 생활습관의 변화에서 오는 문제들입니다. 우리는 모두 과거보다는 훨씬 많이 먹고 덜 움직입니다. 게다가 먹는 것은 갈수록 더 기름지고 달고 맵고 짜집니다.

문제가 거기 있다면 답도 거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맥도널드 햄버거 1인분의 크기가 50년 전에 비해 무려 4배 커졌고, 미국인의 평균 체중은 20년 전에 비해 무려 7kg 늘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로는 만성질환의 해법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생활습관의 교정이 먼저이고 우선적이고, 실은 전부라는 것이죠. 우리는 흡연자에게 흡연을 그대로 하게 하면서 항흡연약을 먼저 권하지 않습니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음주를 그대로 하게 하면서 항알코올약을 처방하지 않습니다. (이런 약들은 이름부터 다릅니다. 말 그대로 담배를 끊거나 술을 끊는 것을 보조하는 금연 보조제, 금주 보조제이죠.) 모두 생활습관의 교정이 필요한 문제니까요. 그런데도 여러 의료 관련 학회와 제약회사들은 같은 수준의 문제인 비만, 당뇨, 고혈압 등에 대해서는 유독 항비만약, 항당뇨약, 항고혈압약을 처방하고 권합니다. 최소한 제가 리뷰한 미국 당뇨협회의 150쪽짜리 2018년판 가이드라인에서는 음식에 대한 지적이 단 한 줄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약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이런 흐름이 정당한 걸까요? 섣불리 말하기 어렵습니다. 워낙 많은 자원과 논리들이 뒷받침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바는, 현재 만성질환에 약을 권하고 결과적으로 많은 약을 복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온전한 논리나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에요. 앞에서 말씀드렸듯, 고지혈증과 스타틴에 대해서는 콜레스트롤 전쟁, 스타틴 전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의료화, 특히 만성질환의 의료화는 저명한 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전쟁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격렬한 논쟁이 일어나는 이슈입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몸과 건강을 놓고서 말입니다.

나이듦,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생명 그리고 노화란 무엇인가?

오늘 아침은 자전거로 출근했습니다. 새벽 5시쯤 일어나 집 앞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시원한 나무 바람과 나무 내음을 즐기다 병원으로 왔지요. 25년 전 처음 생겼을 때는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꽂혀 있는 것만 같던 일산의 호수공원은 이제 무성한 숲이 되어 저를 맞았습니다. 공원을 돌다 보니 떠오른 그림이 있었습니다.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노를 젓는 사람을 그린 그림입니다. ‘과연 저게 가능할까?’ 하는 물음이 절로 나오지만, 그건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감탄처럼 나오는 것이죠. 노 젓는 사람은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는 상태일 텐데도, 얼굴은 생각보다도 평온합니다. 몸도 생각만큼은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에 ‘엔트로피(entropy)’라고 쓰여 있습니다. 우리말로 ‘무질서도’라고 번역되는 말입니다. 텀블러에 물을 넣고 에스프레소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진한 커피 방울이 물 사이로 흩어집니다.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거죠. 매우 자연스럽고 다른 에너지나 다른 개입이 필요 없는 과정입니다. 반대로 연한 아메리카노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를 다시 모으는 것은 그저 일어나지 않습니다. 열(에너지)을 가해 물을 증발시키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말하자면, 증가된 무질서도(연한 아메리카노)를 역전시켜 감소된 무질서도(진한 에스프레소)가 되는 것은 아무런 개입이 없는 자연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일방만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폭포처럼 말입니다.

자연스러운 상태에는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세상만사 모든 것이 그러하기에 우주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역학 법칙의 두 번째로 꼽혀 중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나오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 세계는 늘 엔트로피가 증가하죠. 그런데 자연 상태인데도 이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는 유일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생명(Life)입니다.

제가 오늘처럼 호수공원을 돌려면, 숨을 쉬어야 하고, 눈은 주위를 살펴야 하고, 페달을 밟는 근육은 수축해줘야 하고, 방향감각도 잘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런 와중에 페달을 밟고 방향을 잡은 것 외에 제가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저 그림 속 사람보다 더 평온한 상태에서 공원의 숲을 즐기고 사람들의 모습을 감상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아니 지금도 제 몸은 심장과 뇌와 근육을 포함해 몸을 구성하고 있는 100조 개에 이르는 세포들은 모두 활발하게 활동하죠. 그래야 산책도 감상도 가능합니다. 어마어마한 일이지요. 더 놀라운 것은 그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는 동안, 저는 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에너지를 쏟지 않는데도 제 몸의 모든 세포들은 정교하게 무질서도를 역전하며 어마어마한 질서로 제가 호수공원을 돌도록 하고 생활하도록 해주죠.

우리 몸 세포 속을 들여다보면 더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좀 길지만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중 일부를 옮겨보겠습니다.

세포의 활동에 대해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모두가 그저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광란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서로 끌어당기고 밀치는 기본적인 법칙에 의해서 나타나는 끊임없는 충돌의 결과일 뿐이다. 세포의 움직임 어느 부분에도 사고의 과정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모든 것이 그저 일어나면서도, 우리가 눈치를 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반복적이고, 신뢰할 수 있도록 일어날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세포 내에서의 질서만이 아니라 조직 전체에서의 완벽한 조화도 유지된다. 이제 겨우 그 내용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지만,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반사적인 화학반응들이 서로 겹쳐져서, 당신이 움직이고,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지능은 낮더라도 역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직화된 쇠똥구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든 생명체는 신비로운 원자공학의 결과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명은 이런 것입니다. 이 우주에서 엔트로피 증가를 역행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죠. 이는 일찍이 1940년대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슈뢰딩거가 갈파한 개념입니다. 이후 저만이 아니라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준 개념이기도 하고요. 38억 년이라는 억겁의 시간 동안 거듭해온 진화, 혹은 절대자의 정교한 개입이 아닌 불가능한 생명의 모습이기도 하죠.

노화, 우주의 원리로 돌아가는: 그럼 노화는 뭘까요? 당연히 생명이 해체되는 과정입니다. 그러니까 엔트로피 증가라는 원래의 우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죠. 생명활동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던 생명이 서서히 자기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며 자연과 우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접어듭니다. 죽음이 그 정점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죽음을 “돌아가셨다”고 표현한 우리 선조들은 참 지혜롭고 통찰력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에 노화는 법적으로 노령인구라 칭하는 65세 이상만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다 아시다시피 노화는 젊음의 피크인 20대 이후부터 시작되니까요. 우리 몸에서는 해체와 복구가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한 곳은 해체되고 다른 곳은 그 해체를 복구합니다. 해체력과 복구력의 겨루기는 20대를 정점으로 점점 해체력이 커지는 거죠.

뼈를 예로 들어볼까요? 그 단단함 때문에 변화가 없을 것 같지만, 뼈도 평생 계속 바뀌고 실시간으로 바뀝니다. 리모델링이 계속되는 거죠. 의과학적으로도 골-리모델링(Bone Remodeling)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은 두 종류의 세포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앞쪽에서 파골세포가 뼈를 먹어 치웁니다. 흡수를 하는 것이죠. 그 뒤를 조골세포가 따르면서 칼슘과 인을 포함한 여러 성분을 모아들입니다. 뼈를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전혀 상반된 역할을 하는 두 종류의 세포가 짝을 이루어야만 뼈의 재생과 리모델링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두 세포를 묶어 BRU(Bone Remodeling Uni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두 세포의 힘은 20대를 정점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성장을 하는 20대까지는 뼈가 점점 자라고 강도가 강해지니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가 더 큰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조골세포의 역할보다 파골세포의 역할이 더 커집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이 두 세포 모두 힘이 떨어지죠. 뼈가 조금씩 약해지는 겁니다. 뼈의 양도 줄어들어 나이가 들면 키도 자연스럽게 조금씩 작아집니다. 우리 몸은 이렇게 아주 서서히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노화의 여러 특질과 염증, 그리고 적절한 위생

우리 몸은 거대 생명체입니다. 우리 몸을 서식처 삼아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 거의 100조에 이른다는 미생물들과의 통합체입니다. 이를 과학자들은 통생명체(holobiont)라는 말로 함축합니다. 통생명체 안에서 우리 몸과 미생물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적절한 균형과 긴장과 타협으로 평형을 유지하다가,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처럼 생명에너지가 다하면 미생물이 우리 몸을 빠르게 해체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몸의 생명에너지를 품고 있는 모든 세포의 힘이 약해지는 반면,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은 젊음을 잃지 않습니다. 우리 몸 미생물의 대표격인 세균으로 보자면, 세균은 주위 조건만 좋다면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하면서 스스로를 재생산합니다. 재생산하더라도 세포의 노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거나 최소한 인간의 세포보다 노화 속도가 매우 늦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우리 몸이 미생물에 밀릴 수밖에 없죠. 미생물과 공존하는 통생명체의 관점에서 보면, 노화는 그렇게 이루어집니다.

염증과 위생: 이렇게 통생명 단위로 노화를 보면, 개개인에게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2차 노화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이유인 염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염증은 다름 아닌 우리 몸과 미생물의 적절한 긴장관계가 깨질 때 생기는 현상일 테니까요. 저는 노화를 염증으로 보기보다는, 이마저도 최적화를 찾아가는 생명활동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다고 여깁니다. 노화란 모든 생명이 평생에 걸쳐 겪는 최적화 과정이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염증이 계속 증가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염증 정도를 낮추기 위해 우리가 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은 바로 적절한 위생활동입니다. 위생이란 한마디로 “우리 몸의 미생물 부담을 줄여서 우리 몸의 생명력(면역력)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유지하려는 행위”입니다.

적절한 위생을 위해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①변비 조심 ②잇몸병 조심 ③세정제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샤워. 이를 이해하려면 우리 몸의 구조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어요. 소화관을 중심으로 보면 우리 몸은 뻥 뚫린 튜브와 같습니다. 그렇게 뻥 뚫린 튜브의 바깥 면인 피부는 당연하고 안쪽 면인 소화관에도 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생물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가장 주목받는 것이 장내 세균, 구강 세균, 피부 세균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적절한 위생을 위해서는 음식과 생활습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변비는 절대 약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압니다.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 운동 등이 없으면 해결 불가능하지요. 또 하나 제가 적정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한 세정제의 사용입니다. 세정제의 핵심 성분인 계면활성제는 우리 피부와 입안의 상주 세균은 없애니까요. 결론적으로 ‘건강수명 100년’에서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핵심은 건강한 위생활동입니다.

건강수명 100세를 위하여

음식이 약이 되게

역사적으로 보면 건강에 좋은 음식, 그래서 장수를 위한 음식을 찾는 인간의 욕망은 오래되었습니다. 바빌로니아에서는 5,000년 전에 영웅 길가메시가 젊음의 샘을 찾아나섰다는 설화가 있고, 중국에서는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사람들을 보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죠. 우리나라 『동의보감』에도 장수를 위한 양생법을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다룹니다.

지금은 장수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수많은 식단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지중해식 식단일 겁니다. 지중해식 식단은 채식을 위주로 한 여러 음식에 올리브유와 요구르트, 와인 등을 곁들이죠. 요구르트에 대한 관심은 이미 1907년 노벨상을 탔고 우리나라 요구르트 광고에도 등장했던 러시아 과학자 메치니코프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지중해식 식단 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1980년대 즈음 미국의 영양학자들에 의해서입니다. 그리스나 이탈리아를 포함한 지중해 부근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국인들이 가장 겁내는 심혈관 질환이 적은 걸 발견한 연구자들이 이들의 식단을 들여다본 거죠. 이후 지중해식 식단에 대한 수많은 연구와 실험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심지어 와인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이라는 물질이 장수에 좋다는 주장까지 나왔으니까요. 최근에는 60~70대 노인들에게 지중해식 식단을 1년 동안 드시게 해보니, 장내에 우리 몸에 유익하다고 알려진 세균이 증가하고 만성염증이 개선되었다는 임상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도시락이나 구내식당 식판에 주로 담는 음식처럼 채소와 생선류, 콩 등이 주를 이루는 지중해식 식단은 당연히 건강에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단에 이름이 붙고 유명해진 것을 보면, 뭔가 객관적일 듯한 ‘과학적’ 연구에서도 돈과 힘의 편향이 존재함을 느낍니다. 지금은 패스트푸드가 진출해 여러 만성질환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일본의 오키나와도 20세기 후반까지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수촌이었지만, 오키나와 식단은 지중해 식단만큼 유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리적으로든 유전적으로든 우리와 가까워 우리의 건강과 장수에 더 참조할 만할 것인데도 말이죠. 또 최근 들어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높아가고 있는데, 우리 음식이 갑자기 발달했다기보다는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커져가는 것이 반영된 것이겠죠. 어쨌거나 우리나라 음식에 케이팝 다이어트, 슈퍼푸드와 같은 찬사가 붙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입니다.

제가 들어본 식단 가운데 저와 가장 거리가 멀다고 느낀 식단은 이누이트 식단이었습니다. 북극지방에 사는 이누이트들에게는 당연히 채식을 할 만한 식재료를 구할 길이 마땅찮을 테죠. 그래서 그들은 주로 물개나 순록 같은 동물의 고기로 육식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런데도 이들은 미국인들에 비해 심혈관 질환에 훨씬 덜 걸린다는 겁니다. 이미 1955년에 한 연구진이 당시엔 에스키모라고 불리던 성인 이누이트 117명의 혈압을 재어보았는데, 혈압이 높다고 할 만한 사람이 단 한 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당시 비슷한 나이의 미국인들과 비교하면 고혈압 환자 비율이 1/10 수준이었던 거죠. 또 이들을 엑스레이로 보아도 동맥경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고, 2년 동안 지켜보아도 그동안 심혈관 문제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누이트들의 몸이 그들의 생활환경과 음식에 스스로 적응하며 진화해온 덕이겠죠. 미국인들은 이런 사실이 아무래도 이해가 안 갔을 겁니다. 자신들의 걱정거리인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지방이라는 콜레스테롤 가설을 정설로 여기고 있어, 그 프리즘으로 이누이트 식단을 보니 당연히 그랬을 테죠. 그래서 이누이트 파라독스(Inuit Paradox)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지중해식 식단이나 오키나와 식단, 이누이트 식단, 혹은 케이팝 다이어트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식단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각자의 지역에서 그곳에 맞게 특수하게 진화해온 음식이라는 거죠. 다시 말해 음식, 그 중에서도 특히 건강음식이나 장수음식은 그 지역의 지리적 특성, 민족의 특성, 심지어 그곳 사람들의 유전자에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을 것이라는 거죠. 말하자면 민족적 장소음식이라는 건데,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장수 연구를 해오신 박상철 교수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모든 음식, 장수음식은 각자의 오래된 문화와 전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식단이니, 우리 역시 남의 것만 보지 말고 우리 식단을 좀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지요.

소화 안 되는 음식과 만성질환: 제가 소화 문제에서 가능한 피하고 싶은 것은 약을 먹는 것입니다. 속 쓰릴 때 제일 많이 먹는 약이 양성자펌프 억제제라는 건데요, 위장세포가 산을 아예 만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약입니다. 1980년대부터 개발되어 강력한 효과 덕에 엄청난 속도로 판매량이 늘었고, 내과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 가운데 하나이죠. 이 약을 먹으면 그 강력한 효과로 인해 바로 속쓰림이 없어지긴 하지만, 오래 먹으면 당연히 문제가 커집니다. 위산은 음식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미생물을 검색해서 병적 미생물을 죽이는 역할도 하는데, 그 역할이 없어지니 외부 미생물이 더 쉽게 우리 몸에 침투합니다. 감염에 더 취약해지는 거죠. 또 위장 환경이 교란되다 보니, 이 약을 오랫동안 먹은 환자들은 위암 발생율이 높습니다. “약은 급할 때, 최소한으로!”라는 원칙이 이 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말이죠.

속이 더부룩하거나 속쓰림이 있을 때, 바로 약을 찾기보다는 스스로 식습관을 점검하고 체크해야 합니다. 또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하고요. 소화관 문제 대부분은 기름지고 너무 자극적인 음식을 아무 때나 (특히 저녁 늦게 야식으로) 먹고, 또 그것을 천천히 편안하게 씹어가면서 즐기기보다는 후다닥 허기를 채우기에 급급한 현대 음식문화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음식은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생화학 과정의 재료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몸에서는 수많은 생화학 과정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생명을 이어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이 과정의 기본 재료는 다름 아닌 우리가 먹는 음식과 물, 공기, 햇빛 같은 것이죠.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상 모든 생명이 필요로 하는 것이고요. 특히 음식은 우리가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재료입니다.

우리 몸의 생명활동 재료이므로 음식 역시 당연히 생명이어야 합니다. 고기나 생선, 나물이나 채소, 해산물, 심지어 김치를 만드는 유산균마저도 모두 생명입니다. 이들은 우리 몸과 마찬가지로 유전자를 만드는 데 DNA라는 화학물질을 쓰고, 단백질을 만드는 데 아미노산이라는 재료를 쓰며, 에너지도 ATP라는 물질로 보관하고, 탄수화물을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씁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몸과 동일하죠. 이 모든 것을 우리 인간과 미생물까지 모든 생명들이 긴 진화의 과정에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음식의 재료들이 생명활동으로 호환되며 쓰이는 것이 가능한 것이고요.

음식은 생명이어야 한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시나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생명이 아닌 것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죠. 가공식품의 맛과 질감을 내는 데 갈수록 많이 쓰이는 식품첨가물이나 고소하고 바삭한 맛을 내는 트랜스지방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은 자연이 만든 생명이 아니라 실험실과 공장에서 공학적 과정을 거쳐 만든 것입니다. 여러 제도와 법규가 일정 정도 농도 이하라는 조건을 달아 섭취의 안정성을 보장한다지만, 이런 것들은 먹어 보면 바로 압니다. 소화가 안 되죠.

늘 음식에 주의를 기울이는 저만 해도 점심식사 후에 직원들이 슬쩍 내미는 케이크 한 조각을 참지 못하고 먹곤 하는데, 그때마다 속이 더부룩한 오후를 보내곤 합니다. 제 몸이 소화 흡수를 못하는 거죠. 생명의 재료들만으로 만든 것이 아니니까요. 그에 비해 점심과 저녁 식사를 병원이나 집에서 해결하고 디저트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은 날이면, 때 되면 기분 좋게 배가 고픕니다. 소화 흡수가 제대로 진행된 거죠. 속이 더부룩한 음식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배고픈 음식, 무엇이 우리에게 맞고 우리 몸의 생화학 반응의 재료가 되는 것인지는 너무도 분명합니다.

우리는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는 시대에 살지만 좋은 음식을 잘 먹고 잘 싸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어 더욱 어려운지도 모릅니다. 풍족함 이면에 숨은 위험을 잘 보여주는 조사가 있습니다. 1998년과 2009년 우리나라 식습관을 비교해볼 때 비율로 보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소주와 맥주 같은 술 종류입니다. 다음은 커피와 차, 케이크와 쿠키, 파이 같은 달달한 음료와 디저트 음식들이고요. 가공 탄수화물이 많이 섞여 있을 여러 소스류도 많이 늘었습니다. 음식 첨가물이 다량 들어갔거나 가공한 음식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죠. 양으로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제게 충격적인 소식은 50년 전에 비해 맥도널드 햄버거 1인분의 크기가 4배 커졌다는 것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인들의 평균 체중이 7kg 늘었다는 소식 역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고요.

21세기 들어 마치 전염병처럼 커져가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만드는 근본 원인이 바로 이런 식생활의 변화에 있음은 물론입니다. 이런 식습관을 교정하지 않고서는 이들 질환의 제어가 불가능할 것이란 게 제 생각입니다. 이것 하나만 기억합시다. 잘 먹고 잘 싸는 출발은 좋은 음식을 고르는 것입니다. 소화가 안 되는 것은 소화가 안 될 음식을 허겁지겁 먹었기 때문이고요.

건강수명 100세, 바로 지금부터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으로

기대수명은 인간 삶의 양적 지표입니다. 그리고 다 아시다시피 기대수명은 지난 20세기 동안 대폭 늘었습니다. 누구는 30~40년이 늘었다고 하고 누구는 거의 두 배 늘었다고 하는데요, 여하튼 38억 년 지구의 생명역사에서 단 100년 사이에 이렇게 급격히 자신의 수명을 늘린 종은 달리 없을 것입니다. 인류가 그런 성취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영아 사망률이 대폭 감소한 데 있습니다. 미국 통계로만 보면, 1900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 중 22%가 10세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에게도 있었던 일입니다.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면 6남매인 우리 형제자매 외에도 10살을 못 넘긴 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20세기 전반기 동안 인류는 환경위생을 개선하고, 영양을 좋게 하고, 항생제와 백신의 발견과 발명을 앞세워 면역이 약한 수많은 아이들의 수명을 지키는 데 성공한 거죠.

20세기 성과를 바탕으로 20세기가 끝나기도 전에 인류는 고령화 시대로 접어듭니다. 그리고 노화 자체가 가장 큰 이유가 되는 암과 심혈관 질환과 같은 질병의 유병률이 늘어납니다. 1900년과 2010년의 사망원인을 대비한 도표를 보면, 20세기 동안 인류가 경험한 질병구조의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의사이자 보건학자인 레스터(Lester Breslow)는 저런 변화를 바탕으로 시대를 구분합니다. 감염질환이 사망원인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던 19세기부터 20세기 전반을 제1건강혁명 시대, 이후 심혈관 질환과 암이 주요 사망원인이 된 시기를 제2건강혁명 시대라고요. 20세기 후반까지 이어지는 제2건강혁명 시대에는 암이나 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소로 지목된 나쁜 생활습관이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중요한 건강상의 문제로 대두되었죠. 모든 시대구분이 그러하듯 거기에는 삶의 구체적 모습이 중첩되는데, 거기에 더해 레스터가 쓴 혁명이란 단어는 20세기 동안 질병변화의 급격함을 포착하게 해줍니다.

기대수명이 정체되고 있다는 통계는, 현재 진행중인 제2의 건강혁명이 일정 한계치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질병관리를 통한 기대수명 늘리기가 거의 끝까지 왔다는 것이죠. 게다가 건강수명은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추이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은 거의 모두 같은 상황에 접어들고 있죠.

제3의 건강혁명: WHO는 이미 1948년에 건강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렸습니다. 

건강은 비단 질병의 유무만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으로도 좋은 상태여야 한다.

이것이 1986년 오타와 헌장에 이르면, 건강에서 사회적 개인적 자원이 더욱 강조되고 그런 자원들이 매일의 일상에서 이용 가능해야 한다는 것으로 한번 더 나아갑니다. 1990년대 말에는 존 로와 로버트 루이스 칸이 현재 노화 개념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성공적 노화’는 질병이 없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온전하며, 사회적 관계가 좋은 것, 이 세 가지 조건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창합니다. 이 역시 WHO의 건강 개념에서 나름의 힌트를 얻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건강이란 육체적 질병의 유무로만 한정할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총체적인 모습과 바람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죠.

기대수명이 삶의 양적 지표라면, 건강수명은 삶의 질적 지표라 할 만합니다. 그런 건강수명이 조금씩 짧아지고 있습니다. 저의 바람으로 보나, 저의 장인 장모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을 보아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바람은 기대수명보다 건강수명의 연장에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건강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미 70년 전에 WHO가 정리한 건강의 원래 개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요. 상식적이고 고전적인 그 지혜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개인이든 사회 전체든 건강수명의 연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요.

의료 서비스 공급자로서 느끼는 갈등은 있지만, 저는 건강수명이 낮아지는 이유들 가운데 의료 공급자들의 경쟁이 일으킨 과도한 의료화,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선도하는 과도한 약물화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약을 먹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건강 수명을 늘리려 함이고,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기대수명이라도 늘리려 하는 것이죠. 하지만 통계치로만 보면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20세기 동안 호모 사피엔스가 일군 과학적 의학적 성과는 놀랍지만, 저는 스스로 책임지고 가꾸어야 할 건강을 과학과 의학에 기대는 정도가 적정치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소개했지만, 이유 모르는 통증에 시달리시던 80대 후반의 제 어머니가 진통소염제 주사를 마다하며 하신 말씀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야야, 안 맞을란다. 자꾸 아프다고 주사를 맞으니, 내 몸이 거기에 적응되는 것 같다. 좀 걸어보고 운동하면서 지내볼란다.” 저는 이런 태도가 생명의 본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WHO의 건강에 대한 접근이 실제로 구현되려면, 개인이든 국가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한번쯤은 시각이 바뀌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경험이 쌓여가야 합니다. 스스로의 책임과 권리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그 결과로 노년에 이르러서도 자유롭게 운동하고 사회적 활동을 통해 기쁨을 얻는 삶을 레스터는 건강에서의 제3의 혁명이라 말합니다.

본 도서요약본은 원본 도서의 주요 내용을 5% 정도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원본 도서에는 나머지 95%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와 내용은 원본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도서요약본이 좋은 책을 고르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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