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부키 / 2021년 4월 / 360쪽 / 19,800원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이매뉴얼 사에즈, 게이브리얼 저크먼 지음

저자 소개

이매뉴얼 사에즈 -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 교수이자 공정성장센터 소장이다. 조세정책과 불평등 문제에 대한 이론 및 심층 연구에 집중하며, 피케티와 더불어 미국 소득 불평등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기 시계열 자료를 만들었다. 저서로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 『애프터 피케티』, 『세금혁명』등이 있다. 게이브리얼 저크먼 -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 조교수다. 경제적 불평등과 조세천국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의 집행위원이다. 저서로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 『국가의 잃어버린 부』등이 있다.

책소개

이 책은 부자들이 평범한 노동자들보다 세금을 덜 내는 미국의 왜곡된 조세 제도의 실상을 고발하면서, 누진적 소득세를 복원하자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조세 제도의 왜곡이 민주적 토론의 결과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조세 정의의 적극적 실현 방안을 제시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상위 1퍼센트의 부자들이 소득의 60퍼센트를 부유세로 내도록 해 소득세의 누진율을 높이고, 또 법인세를 강화하고, 아울러 기업이 어디에서 번 돈이든 최소한 25퍼센트는 어느 나라에건 세금으로 내도록 강제하는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 체제를 구축해 조세 도피처를 무력화하자고 주장한다.

요약본 본문


왜 가난한 사람들이 더 내는가

미국의 조세 체계는 누진적인가

국민소득을 이루는 모든 종류의 소득에 대한 모든 세금을 놓고 따져볼 때, 부자들은 가난한 이들보다 미국의 재정에 실로 더 큰 기여를 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세 개혁 다음해인 2018년을 기준으로, 소득 분배에 따른 실효세율을 계산해 보았다. 우리는 전체 인구를 15개의 집단으로 나누었다. 세전 소득 기준으로 가장 낮은 소득을 올리는 2400만 명이 하위 10퍼센트이고, 그 위로 10퍼센트씩 올라가면서, 최상위 10퍼센트에서는 그 집단을 좀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 꼭대기에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0명만 남겨 두었다.

우리는 각 그룹이 낸 세금을 계산하고 그 결과를 개별 그룹의 세전 소득으로 나누었다. 이렇게 놓고 볼 때, 모든 집단이 벌어들인 소득과 그에 따른 세금을 종합해 보면 평균적으로 28퍼센트가 나온다. 2018년 미국의 거시경제적 소득세율은 28퍼센트인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 보자. 소득 분배에 따라 실질 세율은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가령 슈퍼리치들은 최저임금을 버는 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능력이 있으니, 그만큼 국가 재정을 더 많이 부담하고 있을까?

간단히 말하자면 답은 “아니오.”이다. 현재 소득집단 각각은 소득의 25~30퍼센트가량을 세금으로 내서 재원 마련에 기여하고 있지만, 슈퍼리치들은 예외적으로 고작 20퍼센트 정도만을 내고 있다. 미국의 조세 체계는 거대한 비례세(flat tax)인데, 예외적으로 최고 소득 계층에게는 역진세가 적용되는 것이다. 미국이 유럽처럼 세금을 많이 걷는 나라는 아니어도 적어도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는 나라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틀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매년 1만 8500달러를 벌고 소득 하위 50퍼센트를 차지하는 노동계급은 그들의 소득 중 25퍼센트가량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 중산층으로 올라오면 소득세율은 조금씩 높아져, 상위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상위 중산층에 도달할 때쯤이면 28퍼센트에 이른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0명에 도달하면 소득세율은 23퍼센트로 떨어진다. 물론 집단으로건 개인으로건 그 사람들의 사정이 모두 똑같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트럼프 일가, 저커버그와 그 가족, 워런 버핏 집안사람들이 저 높은 세계에 속할 텐데, 그들은 평범한 교사나 비서 같은 이들보다 낮은 세율로 소득세를 내고 있는 것이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더 내는가

소득 사다리의 가장 낮은 칸에서 논의를 시작해 보자. 가장 가난한 미국인들이 무거운 세금을 짊어지게 하는 원흉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급여에 붙은 온갖 세금이 첫째 원인이다. 아무리 적은 돈을 받고 있어도, 노동을 통해 받는 급여에는 즉각 15.3퍼센트의 세금이 매겨진다. 12.4퍼센트는 사회보장세로, 2.9퍼센트는 메디케어 재정을 위한 세금으로 나간다. 게다가 최저임금은 허물어진지 오래다. 연방에서 정한 최저임금에 따라 일하는 전일제 근로자는 2019년 현재 1년에 1만 5000달러를 가까스로 벌게 되는데, 이는 성인들이 버는 국민소득 평균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1950년에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받는 급여가 국민소득 평균의 절반 수준을 상회하고 있었다. 소득이 이렇게 줄어든 가운데, 급여에 따라붙는 세금마저 상승했다. 1950년에는 소득의 3퍼센트 정도가 세금이었지만, 지금은 15퍼센트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미국의 노동계급이 내는 높은 세율의 세금은 소비세인데, 그것은 가난한 미국인들이 높은 세금을 내는 두 번째 이유이자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는 부가가치세가 없지만 매출세와 내국소비세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결국 부가가치세처럼 물가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게다가 일반적인 부가가치세와 달리 미국에서 적용되는 매출세와 내국소비세 등은 대부분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부과되지 않는데, 재화가 아닌 서비스의 소비가 전체 국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주로 재화를 소비하는 가난한 이들의 소비에는 세금이 붙는 반면, 부유하고 여유 있는 이들이 소비하는 서비스는 면세 항목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매출세와 내국소비세에 대한 자료를 통해 추산해 보면, 미국에서 이 세금들은 극히 역진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소득 하위 10퍼센트는 소득의 10퍼센트 이상을 매출세와 내국소비세로 내고 있는 반면, 상위 10퍼센트는 1~2퍼센트 정도만을 해당 명목으로 납세하고 있다. 이런 역진적 흐름이 발생하는 큰 원인은 가난한 이들은 대부분의 소득을 소비해 버리는 반면, 부자들은 소득 중 큰 부분을 저축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서비스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것 또한 중요한 원인으로 작동한다.

왜 부자들은 세금을 덜 내는가

애초에 누진세가 도입되었던 것은 핵심적인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진적 성격을 지니는 소비세의 영향을 완화함으로써 과세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줄이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1913년 처음으로 연방소득세가 제정되었을 때 동원된 논리도 그랬다. 당시로서는 오직 관세만이 연방정부의 재원이었으므로, 관세가 끼치는 역진적인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연방소득세를 정당화했다. 불행히도 오늘날의 소득세는 그러한 목적 달성에 대체로 실패하고 있다. 핵심적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억만장자들이 소득에 대해 낮은 세율을 부담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의 소득 대부분이 개인소득세의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소득세의 과세 대상으로 간주되는 소득은 국민소득 중 6.3%에 지나지 않는다. 법적으로 면세 항목인 수많은 유형의 소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세 조치로 인해 혜택을 보는 납세자는 상당한 규모에 이르지만, 특히 진짜 부자들에게는 훨씬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

한번 따져보도록 하자. 마크 저커버그의 실질적인 경제적 소득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페이스북 주식의 20퍼센트를 가지고 있는데, 페이스북은 2018년 200억 달러의 이익을 냈다. 그러므로 그가 그 해에 벌어들인 소득은 200억 달러의 20퍼센트인 40억 달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배당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40억 달러 중 단 한 푼도 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지 못했다.

저커버그가 내는 세금 가운데 규모가 큰 것은 페이스북의 법인세뿐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법인세는 거의 형해화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납세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적이 거의 없다. 자신들이 내는 이익을 케이먼제도의 법인으로 돌려놓은 덕분에 페이스북은 오래도록 법인세를 내고 있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다국적기업이 페이스북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렇게 조세 회피가 횡행하는 와중에 2018년 미국의 법인세율은 35퍼센트에서 21퍼센트로 뚝 떨어졌다. 그 결과 무슨 일이 벌어졌겠는가? 2018년의 연방법인세 예산은 2017년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에서 소득을 얻는 대부분의 슈퍼리치들에게, 법인세가 낮아지는 것은 그들이 실질적으로 내는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부자들이 낮은 세율을 누릴 수 있게 된 세 번째 이유는 연방소득세 자체가 최근에 변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연방소득세는 노동과 자본에 골고루 부과되는 종합세에서 벗어나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에 더 우호적인 성격을 지니는 세금으로 탈바꿈했는데, 2003년 이후 주식 배당금에 부과되는 연방소득세에는 20퍼센트의 상한 세율이 적용되었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가 배당을 한다면, 빌 게이츠 같은 주주들은 배당 이익에 대해 아무리 액수가 커도 20퍼센트의 소득세만을 내도록 바뀌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2018년부터 의사, 변호사, 컨설턴트, 벤처 투자자 등이 올리는 사업소득에는 20퍼센트의 공제 혜택이 주어지게 되었고, 근로소득의 경우 최상위 구간의 소득세율이 37퍼센트인 데 반해 사업소득의 경우에는 최상위 구간 세율이 29.6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는 트럼프가 주도한 조세 개혁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가장 큰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자영업자, 예컨대 성공적으로 혼자 일하는 컨설턴트의 경우 이 공제 혜택에 제한이 있다. 반면 많은 이를 고용하고 있거나 큰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가 낸 사업소득은 무제한의 공제 혜택을 누린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예를 들자면, (마치 트럼프처럼) 뉴욕 시에 마천루를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임대사업자가 가장 큰 혜택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한편 그 어떤 면제, 공제, 세율 할인, 기타 혜택도 전혀 받지 못하는 소득 항목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임금이다. 소득 사다리 중 어디에 위치해 있건, 임금소득자는 자산으로부터 창출되는 소득의 원천을 가진 사람에 비해 더 많은 세금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동일한 액수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그들의 소득원이 법적으로(그리고 대체로 자의적으로) 어떻게 분류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세금고지서를 받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같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조세 정의의 핵심 원리라고 한다면, 지난 20여 년 사이에 조세 체계는 그 원리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그런 원칙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미국의 조세 체계를 망가뜨린 폭발물의 구성 성분은 단순하다. 자본 소득을, 다양한 층위에서, 면세 소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금권정치에 승리했다

미국의 조세 체계가 누진적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기본적인 예산 확보 차원에서 문제다. 소득 사다리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들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그들이 내야 할 세금이 역진적일 경우 발생하는 세수의 결손은 실로 막대해진다. 소득 상위 0.001퍼센트에 해당하는 이들은 현재 그들의 소득 가운데 25퍼센트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그 세율을 두 배로 높여 50퍼센트로 만들었을 때 매년 1000억 달러를 더 걷을 수 있다.

둘째,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공정함의 문제다. 부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그 구멍을 메워야 한다. 미국의 현행 조세 체제를 반대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불평등의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상위 1퍼센트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은 부풀어 올랐고, 동시에 노동계급의 몫은 줄어들었다. 게다가 그런 상황을 통제하려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세 체계가 그런 경향에 힘을 보태 주고 있다. 부자들은 한때 세금을 많이 냈지만 지금은 덜 내고 있다. 가난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냈었지만 이제는 더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다.

이는 금권정치에 지배당하는 조세 체계라고 할 수 있겠다. 최상위 소득구간에 대한 세율이 20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 부자들은 거의 아무런 제약 없이 부를 축적해 나갈 수 있다. 부자들은 돈뿐 아니라 권력도 쉽게 긁어모은다. 정책 결정에 관여하여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정부를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금권정치의 덫에 빠질 위험은 늘 존재하지만, 그것을 떨쳐내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우리는 소수의 슈퍼리치가 나라 전체의 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해야 한다. 미국의 제도가 소수의 이익집단에게 포섭당할 만큼 약하지 않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소득액이 같으면 세금도 똑같이

당시 대선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탈세를 하는 자신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거들먹거리고 난 후, 자신의 회계 수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떠들어댔다. “나는 손실을 봤습니다. 감가상각으로 많은 손실을 봤고, 막대한 액수였습니다. 나는 감가상각을 사랑하죠.” 그리고 조세 체계가 야바위판이라는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당시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부자들 역시 세금을 그리 많이 내지 않고 있기로는 마찬가지라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클린턴의 친구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저보다 더 큰 공제를 받아요. 워런 버핏은 엄청난 공제를 받았습니다.”

이런 비난에 자극을 받아서였는지 버크셔해서웨이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였던 버핏은 자신의 세금 문제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을 담은 성명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나의 2015년 세금신고서에 따르면, 나는 1156만 3931달러의 총소득을 올렸고, 나의 연방소득세는 184만 5557달러다. 작년의 신고 내역과 소득세 역시 비슷할 것이다. 나는 1944년, 내가 열세 살이던 때부터 매년 연방소득세를 내 왔다.” 이 성명에 따르면 버핏은 성실한 시민이며, 사회적 의무를 존중하지 않는 어떤 리얼리티쇼 스타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였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버핏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2015년 현재 653억 달러에 달했다. 그가 자산을 통해 얻는 소득이 어느 정도일지 우리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보수적으로 5퍼센트라고 가정해 보자. 만약 그렇다면 2015년 버핏의 세전 소득은 653억 달러의 5퍼센트이므로 최소한 32억 달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계산이 이렇게 나오고 있지만 버핏은 자랑스럽게 자신이 180만 달러의 연방소득세를 냈다고 밝혔다. 그가 부담한 소득세의 실효세율이라는 것이 고작… 0.05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탈세자들은 제각각이다. 트럼프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에 대한 상속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고, 그의 수요에 맞춰 주는 세무설계 산업의 도움을 받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신이 내야 할 연방소득세의 액수와 항목을 줄여나갔다. 버핏은 다른 경로를 택했다. 그의 부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는 그의 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이다. 그런데 버크셔 해서웨이는 배당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기업에 투자를 하면 투자받은 회사 역시 배당을 하지 않도록 압력을 넣는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수십 년에 걸쳐 버핏의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그가 가진 회사 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개인소득세의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있었다.

왜 부자 과세인가?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첫 번째 문제는 객관성에 대한 것이다. 어느 정도의 세율이 부자들에게 적당한 적정 세율이라 할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철학자 존 롤스가 제시했으며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이론을 출발점으로 삼아 보도록 하자. 롤스에 따르면 사회적ㆍ경제적 불평등은 그러한 불평등이 사회 내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 때 정당화될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른다면, 우리는 조세 정책을 논할 때 부자들의 금전적 이익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오직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이 나머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뿐일 것이다.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적정한 혜택을 돌려줄 수 있을 만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우리의 목표여야 할 것이다.

부자들에 대한 최적의 평균 세율 - 60퍼센트

1986년 세법 개정으로 인해 소득세 최고 한계 세율이 28퍼센트로 내려가면서, 부자들이 신고한 소득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소득 증가의 원인은 대체로 탈세 전략의 변동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파트너십을 통해 법인 명의로 얻는 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35퍼센트였던 탓에, 그걸 개인소득세의 대상인 개인소득으로 신고하는 편이 더 이득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부자들의 소득 증가가 노동 공급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탈세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과 세율의 탄력성은 퍽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오늘날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적정 세율은 그만큼 높게 책정되어야 한다. 얼마나 높아야 할까?

여러 여건을 고려하여 최고 소득구간에 속하는 납세자들에게 적용될 최적의 ‘평균’ 세율은 60퍼센트여야 한다. 그리고 이 적정 세율은 모든 단위의 정부에서 부과하는 모든 세금에 적용되어야 한다.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이상적인 세율 60퍼센트란 단지 연방소득세뿐 아니라, 주소득세, 자산에서 비롯한 법인세 등의 일부와 급여세, 판매세, 기타 등등 모든 세금을 통틀어 얻어지는 세율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세법에 강제 조항을 두지 않거나 집행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상위 구간의 세율만을 높이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 못 된다는 것 말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탈세 산업은 너무도 공급이 활발하다. 그러므로 부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려면 먼저 탈세의 가능성을 차단해 두어야 한다. 이 극심한 불평등의 시대에도, 단호한 조세 체계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유지해야만 한다.

부자들의 탈세를 막는 방법 - 공공수호국이 필요하다

그 첫 단추는 탈세산업의 규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 조직을 공공수호국(Public Protection Bureau)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미국이 소비자금융보호국을 두어 금융 분야를 규제하고, 항공 분야에서는 연방항공청이 전담하고 있으며, 제약산업에 대해서는 식품의약국이 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맡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부서는 세금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비즈니스를 감시하고, 그들의 영업이 공공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공수호국은 2가지 목적을 갖게 된다. 첫째,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실질과세의 원칙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다. 세금을 피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는 불법임을 확실히 하고 처벌해야 한다. 둘째, 공공수호국은 외국의 세무 집행을 추적하면서 미국의 과세표준에 빨대를 꽂고 있는 조세 도피처에 재무부가 제재를 가하도록 인도해야 한다. 돈세탁을 원하는 범죄자들에게 버진아일랜드가 푼돈을 받고 임의의 법인 설립을 가능하게 해 줄 때, 혹은 룩셈부르크가 다국적 기업에 군침 도는 비밀 계약을 제안할 때, 그 나라들은 외국의 예산을 훔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타국의 재정에 무임승차하는 조세 도피처에 대한 금융 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방법 등으로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탈세의 구멍을 막자 - 동일 소득 동일 세율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다음 단계는 같은 액수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같은 액수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단순한 상식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같은 소득액을 보이는 사람들이 같은 세액을 내도록 하는 것은 이른바 “탈세의 구멍 막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정책 방향은 다양한 함의를 지닌다. 첫째, 그러한 방향의 개혁은 모든 종류의 소득이 누진적인 개인소득세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뜻한다. 즉 임금ㆍ배당ㆍ이자ㆍ임대료ㆍ사업소득뿐이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현재 낮은 세율의 비례세가 적용되고 있는 양도세까지 포함해야 한다.

소득세 통합 - 법인세라는 출구를 없애자 / 상위 1퍼센트는 얼마나 세금을 낼 수 있을까? “동일 소득 동일 과세” 원칙이 두 번째로 적용되어야 할 영역으로는 법인세를 꼽을 수 있다. 법인 명의의 소득세와 개인소득세는 통합되어야 한다.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 과거에 그래 왔으며, 오스트레일리아나 캐나다 같은 나라들은 여전히 그런 방향을 택하고 있는데,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를 통합한다는 것은 기업의 이익이 주주에게 분배되어 개인소득세를 낼 때 법인 차원에서 냈던 소득세액을 감안하여 개인이 내야 할 소득세액을 산정한다는 뜻이다.

부유한 주주로서 50%의 한계 소득세율(기준점을 지나쳤을 때 그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세율)에 맞춰 세금을 내야하는 존의 경우를 살펴보자. 존이 주주로서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100달러의 이익을 냈고 20달러의 법인세를 냈으며, 나머지 80달러는 존에게 배당하였다. 통합된 소득세 체계 하에서 존이 내야 할 세금은 80달러의 배당금뿐 아니라 100달러의 기업 이익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존은 한계세율 50%의 적용 대상이므로, 그가 내야 할 세금은 100달러의 50퍼센트인 50달러가 된다. 하지만 그가 소유한 회사가 이미 20달러를 법인세 명목으로 지불하였으므로 존이 받는 개인소득세 고지서에서는 그가 내야 할 50달러에서 20달러가 빠진 30달러가 적혀 나오게 된다. 이는 법인소득세란 그저 개인소득세를 먼저 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진실에 입각한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많은 이점이 존재한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법인세를 회피해야 할 이유가 크게 줄어든다. 통합된 소득세 체계가 갖는 또 다른 이점은 왜곡을 방지해 준다는 것이다. 어떤 사업이 법인의 형태로 이루어져 법인세의 대상이 되건, 미국에서 파트너십이 규정된 방식대로 그 사업의 이익이 소유자 개인의 명의로 들어가 개인소득세의 대상이 되건, 전체 소득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으로서는 부채를 늘리거나 증자하거나 둘 중 어떤 선택을 해도 무방하게 된다. 통합된 소득세 체계 하에서 이자와 배당은 세무적으로 같은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를 통합하여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임금의 형식으로 얻는 1달러와 배당으로 얻는 1달러의 소득이 언제나 동일한 과세의 대상이 된다는 데 있다. 그런데 이것은 올바른 방향을 향한 발걸음이지만, 통합된 소득세 체계에는 여전히 목에 걸린 가시처럼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기업이 벌어들였지만 배당의 형태로 분배하지 않은 돈, 즉 사내유보금은 여전히 다른 소득원에 비해 덜 과세된 상태로 남아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조세 회피가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고 할 때, 부자들로부터 거둬들이게 될 세수는 우리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2019년 현재 미국의 경우 국민소득의 4퍼센트포인트, 혹은 매년 7500억 달러가량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고 예측된다.

부유세 - 억만장자들에게 세금을 걷는 바람직한 방법

21세기 현재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는 방법, 특히 이상적인 세율인 60퍼센트를 달성하는 방법은 3가지 핵심적이고 상호보완적인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누진적인 소득세, 법인세, 그리고 누진적인 부유세가 그것이다. 우선 법인세의 존재로 인해 기업이 배당을 하건 하지 않건 모든 이익에는 세금이 붙도록 보장할 수 있다. 부자들에게 사실상 최소한의 세금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한편 누진적인 소득세는 고소득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만들어 주고, 누진적인 재산세는 슈퍼리치들이 그들의 진정한 납세 능력에 걸맞은 액수의 세금을 내어 공공 재원에 기여하도록 유도하게 된다.



건강ㆍ교육ㆍ노후를 책임지는 사회국가를 향하여

공공 정책에 대해 토론할 때면, 누진적 조세 체계가 있건 없건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부는 언제든 공적 지출을 통해 재분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공적 지출을 통해 가장 취약한 계층을 도울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 얼마나 세금을 걷느냐 하는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다만 세수만 확보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 널리 퍼져 있는 이와 같은 관점은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제시한 조세 정책 조언의 토대가 되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그에 따라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되고 부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가벼울 수밖에 없는 부가가치세 등을 올려 사회복지에 투자하는 일이 흔히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식의 조세 전략에 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가가치세로 큰 세수를 꾸준히 확보한 후 그것으로 교육ㆍ보건 등 공적 재화에 투자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개발 전략의 기저에 깔린 관점에 있다. 경제개발이란 단지 기계적으로 세금을 걷어 공적 지출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다. 그 지출이 아무리 유용하다 해도, 제도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특히 가장 중요한 정부에 대한 믿음을 쌓아 나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개발이 아닌 것이다. 정부가 부자보다 가난한 이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해 가고 있을 때 지속가능한 신뢰는 불가능해진다.

중세에 벌여졌던 숱한 세금 반란부터 2018년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대까지, 세금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이와 같은 시각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고, 앞으로도 이 시각은 유용한 것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환경세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에 가격을 붙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연료를 구입하고 생산 과정에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부자들보다 가난한 이들의 소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지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탄소세는 전형적인 역진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난점을 극복하려면 기후 변화와의 투쟁에는 추가적인 누진세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이런 기본적인 진실을 잊은 정부는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다시 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강보험의 경우도 그렇다. 미국에서 보편적인 건강보험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1993년 클린턴 정권 당시와 2014년 실패로 돌아간 버몬트주의 단일보험자체계까지 두 차례나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는 대중 전반의 지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공정한 재원 확보 방식이 마련되지 않았던 탓이 가장 컸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지 모으는 방식은 관계없다는 시각으로 추진하는 정책에는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제대로 지출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벌어진다. 클린턴 정부의 1993년 보편적 건강보장 계획이 실패한 후, 수천여 명의 미국인들이 제대로 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죽었고, 수백만 명은 언제 건강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미국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림으로써 국민소득의 4퍼센트에 해당하는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는 나라다. 그 정도 금액이라면 현재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수백만의 미국인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변화는 미국을 사회국가(social state)로 탈바꿈시키는 더욱 야심찬 시도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모든 이를 위한 건강보험, 그리고 아주 어린 시절부터 대학까지 모든 이를 위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공공 재원의 중심이 맞춰져 있는 그런 나라 말이다. 미국이 이렇듯 사회국가로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부자들로부터 추가적인 세수를 확보하는 것보다 좀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21세기 사회국가의 재정 조달 - 국민소득세

미국은 부가가치세를 뛰어넘어갈 수 있다. 미국은 21세기에 부합하는 재정기구를 설립하기 위한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국민소득세(National Income Tax)를 신설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발상은 간단하다. 국민소득세는 모든 소득에 대한 세금이다. 노동을 통해 얻건 자본에서 얻건 개의치 않으며, 제조업이든 금융업이든 비영리사업이나 그 외 경제의 어떤 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이든 가리지 않는다. 저축 또한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 저축은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저축을 장려하고 싶다면 세제 혜택을 주는 것보다는 연금저축 자동 납입이나 기타 금융 규제와 같은 방식으로 정부가 구체적인 규제를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국민소득세는 간단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 어떤 공제도 없고 모든 이에게 단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히 해 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국민소득세는 기존의 소득세나 그 외의 누진세를 대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누진세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미국의 노동계급과 중산층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불공정한 역진세를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그 역진세 가운데 가장 문제적이라 할 수 있는 민간 보험에 지불하는 보험료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제 국민소득세의 작동 방식을 알아보자.

국민소득은 근로소득, 영업이익, 이자소득의 합이라는 사실을 잘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이러한 소득 흐름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말과 같다. 근로소득의 경우 국민소득세를 신고하고 송금하는 것은 사용자의 역할이다. 영리기업이건 비영리단체건 정부건 타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람은 피용자 전원에 해당하는 노동비용 전체에 비례하여 세금을 내게 된다. 이는 사용자가 급여세를 처리하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비급여혜택이 해당되며 세액의 상한선이 없다는 점에서 과세표준이 훨씬 크다. 피용자에게 제공되는 모든 보상 내역은 법인세와 영업세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이미 모두 국세청에 보고되어 있고, 그에 기반하여 국민소득세를 처리하게 된다.

다음은 영업이익이다. 부부가 단 둘이 운영하는 식당부터 거대한 기업까지, 모든 사업체는 이익에 대해 국민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 어떤 공제나 예외도 없기 때문에 과세표준은 최대한의 크기로 적용될 것이다. 비록 정상적인 영업손실이 반영되어 자본이 잠식되고 있는 기업일지라도 국민소득세에서만은 그 어떤 공제나 예외도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기업의 이익은 이미 기업이나 사업자 소득신고 과정에서 확인되어 있으므로 그에 따라 국민소득세를 처리하면 된다.

국민소득세는 또한 이자소득에도 부과될 것이다. 기업이 빌린 돈과 발행한 채권의 이자는 영업이익을 계산할 때 이미 공제되어 있다. 그러니 그 이자를 받아간 이들은 소득세를 내야만 한다. 이렇듯 기업은 본래부터 이자를 통해 얻는 수익을 소득에 포함시키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남는 것은 개인과 비영리단체가 올린 이자수익을 어떻게 과세표준에 합산하느냐 하는 것인데, 이 문제를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일에는 그다지 어려운 부분이 없다. 개인과 비영리단체가 해외의 기업에서 받는 배당금 역시 해외에서 발생하여 국내로 유입하는 다른 종류의 소득과 마찬가지로 국민소득세의 과세표준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정의된 세금은 모든 종류의 소득원에 단 한 차례 부과된다. 따라서 기업이 이미 이익에 대해 국민소득세를 냈으므로 미국 기업으로부터의 배당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그리고 퇴직연금을 붓기 전에 이미 근로소득에 대해 과세했으므로 퇴직연금을 받을 때에도 국민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또 사회보장급여나 실업급여처럼 정부 이전 지출의 경우도 국민소득세의 대상이 아니다. 부가가치세와의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소득세는 정부 이전 소득에 생계를 의존하는 이들, 소득 분포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게 마련인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국민소득세는 부가가치세에 비하면 훨씬 누진적인 세금이 된다.

우리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국민소득세의 과세표준은 국민소득의 거의 100퍼센트에 달한다. 그리고 광범위한 세금인 관계로 국민소득세는 잠재적 예산 총액을 낮은 수준으로나마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소득은 해가 바뀐다고 해서 급격하게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으므로, 국민소득세는 사회국가를 만들기 위한 과제 중 핵심적이고 장기적으로 필요한 일에 안정적인 자금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우리의 건강과 자녀, 교육 그리고 번영을 위한 길

국민소득세는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미국의 경우 국민소득세를 통해 보편적 건강보험, 아동 보육, 공립대학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통한 고등교육에 대한 보다 평등한 접근권 등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고등교육은 불평등이 도드라지는 분야 가운데 하나인데,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젊은이 중 오직 30%만이 22세에 대학에 다니고 있는 반면, 부유한 집안의 청년들은 같은 나이에 거의 100%가 대학에 다니고 있다. 또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은 엄청난 학자금 대출을 짊어지고 사회에 나오게 되어 중산층 진입을 위한 자산 축적의 기회를 놓치거나 매우 늦게 시작하게 된다.

미국의 판매세는 구시대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 대단히 역진적이다. 이를 국민소득세로 대체함으로써 연방정부가 나설 수 없는 분야에 주정부가 힘을 보태어 각 주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도 있다. 다른 나라들 역시 부가가치세나 노동소득에 부과되는 급여세를 줄이기 위해 국민소득세를 도입함으로써 자국의 조세 체계의 역진성을 조금이라도 줄여 나갈 수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 6퍼센트의 국민소득세가 도입되고, 부자들에게 좀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면, 국민소득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정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중 6퍼센트포인트를 의료에, 1퍼센트포인트를 보편적 아동 돌봄 서비스 확충에, 1.5퍼센트포인트를 고등교육에 투입한다면, 미국은 21세기에 걸맞은 사회국가의 면모를 갖추게 될 수 있다. 남은 세수는 현재 노동계급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고리타분한 판매세와 트럼프가 만든 관세를 없애는 용도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사회에 건강하고 잘 교육받은 노동력이 공급되면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를 양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경험적 자료에 따르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직장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을 잃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면, 더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창업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다. 그리고 또 보편적인 아동복지가 일반화되면 여성의 노동 참여가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소득이 높아지고 이는 세수의 증대로 이어져, 정부의 재정적자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본 도서요약본은 원본 도서의 주요 내용을 5% 정도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원본 도서에는 나머지 95%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와 내용은 원본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도서요약본이 좋은 책을 고르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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