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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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
이혁재 지음
나비의활주로

책소개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그 병이 발생한 이유, 즉 그 병인을 찾아내 고쳐나가야 한다. 병인이란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이 ‘잘못된 습관과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대명제에서 시작한다.

요약본 본문

PART 1 나는 왜 아플까?

현대 한의학의 최첨단 트렌드, ‘병인’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개인의 생활 습관과 주변 환경이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화병, 우울증, 당뇨병, 고혈압, 중풍, 관절염, 노안으로 인한 시력 저하, 각종 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성인병들은 개인의 특정한 습관이나 환경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특히, 환경에 저항하는 능력이 약한 어린이들은 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데 어린이들의 시력 저하, 비염, 성장 부진, 비만, 성조숙증 등이 증가하는 이유도 그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어떤 분과 이야기를 하는데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당뇨를 앓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필연적으로 당뇨가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당뇨가 올 몸이기 때문에 그전에 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 술도 개의치 않고 마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뇨가 오면 그때부터 당뇨약도 열심히 먹고, 음식도 조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스트레스 덜 받고 편하게 사는 길일 수 있겠지만, 그분의 마음속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질병은 내 탓이 아니고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조상 탓’이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듯했습니다.

사실 유전이란 ‘부모님에게 받은 같은 형질의 유전인자’라기보다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공유하는 습관과 환경을 물려받은 것’입니다. 숙명적으로 물려받은 유전자라면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겠지만, 습관과 환경을 물려받은 것이라면 우리는 굳은 의지로 바꾸고 개선할 기회가 있습니다.

병인이란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들이 잘못된 습관과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대명제에서 시작합니다. 한의학에서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 중에 ‘병인변증’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병인의 모체가 됩니다. 『동의보감』을 보면 수많은 처방들이 소개돼 있는데 병인변증으로 분류된 처방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할 만큼 병인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이론입니다. 병인은 잘못된 습관과 환경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기 때문에 현대적 감각과 시대의 흐름에 잘 맞습니다.


열이 많은 사람과 냉한 사람

감기가 낫지 않고 점점 심해지다가 춥고 오한이 들어서 이빨이 부딪치도록 덜덜 떠는 지경인데 감기약을 먹으면 식은땀만 줄줄 나고 추운 증상이 더 심하고 보일러에, 전기장판에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써도 추위가 가시지 않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완전 몸이 냉한 상태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의 경우 추위를 타면 몸이 냉하기 때문에 갈증이 없고 따뜻한 물만 조금 마실 뿐 찬물이나 찬 음식은 전혀 입에 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추위를 많이 타는데도 오히려 갈증이 심해서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몸의 열이 너무 심하면 겉으로는 오히려 추운 증상이 나올 수 있는데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열궐(熱厥)’이라고 합니다. 겉으로는 한증이지만 실제로는 심한 열증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현재 자기가 열이 많은지 냉한지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요? 열이 많거나 냉한 것의 구분은 갈증과 소변의 색, 이렇게 두 가지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열증’은 갈증이 있으면서 소변 색이 진하고, ‘한증’은 갈증이 없고 소변 색이 맑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겉으로 볼 때에는 추위를 많이 타고 한증같이 보였지만 갈증과 소변 색을 확인한 후 열증으로 진단하고 몸 안의 열을 풀어주는 차가운 성질의 약재로 치료를 한 결과 모든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추위에 벌벌 떠는 분에게 차가운 성질의 약을 쓰는 것은 우리 몸의 혈연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쉽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열증과 한증은 언제나 일정하게 단 한 가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환경과 습관에 따라 때때로 열증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한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만 가지고는 그 사람이 열증인지 한증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갈증과 소변 상태, 이렇게 두 가지 증상을 반드시 확인한 후 진맥을 하는 등의 추가적인 진단을 통해 병을 확인하고 그에 맞게 치료해야 합니다. 그 사람의 환경과 습관에 의해서 증상들이 만들어지고 변화하는데 이것을 가장 잘 치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병인변증입니다. 병인변증은 병의 원인이 그 사람의 생활 습관과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진단하는 것입니다.


PART 2 병의 원인을 알고 치료법을 찾자

본격적으로 병인 풀어보기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인에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다섯 가지의 병인이 하나 혹은 몇 가지가 합해져서 질병으로 발전합니다. 병인은 잘못된 습관과 환경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이것이 우리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질병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지만 다섯 가지의 병인이 매일 매순간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다섯 가지 병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노권 – 체력에 비해서 일을 많이 했을 때 발생
② 식적 – 음식을 급하게 먹거나 많이 먹었을 때 발생
③ 칠정 –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발생
④ 방로 – 나이에 비해서 정력을 많이 소모했을 때 발생
⑤ 담음 – 몸 안에 노폐물이 정체해서 발생, 위의 네 가지 원인으로 인하여 2차적 발생

대부분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나거나 질병이 발생한 단계에서 병원을 찾는데 어떤 증상과 질병이라도 병인을 명확히 알면 치료가 쉬워집니다. 같은 증상, 같은 병명이라도 병을 유발한 원인인 병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집니다. 이것은 질병의 이름보다는 개인의 특성을 중시하는 한의학 이론의 특징이고, 한의학의 특성인 변증에 의해서 치료하는 ‘변증시치’인 것입니다. 현대의학에서 우울증, 피부 질환, 당뇨, 고혈압 등의 질병과 요즘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암 발병의 원인에 대해 생활 습관과 환경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노권 – 과로에는 장사가 없다

인체는 음식을 통해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체력에 비해서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경우 섭취한 에너지원이나 자신의 체력적, 정신적 에너지의 한계를 넘어서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우리 몸에 저장된 에너지가 고갈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몸이 약해지고 여기저기에서 이상 증세가 나타납니다.
건강이란 우리 몸이 균형을 잡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음양의 균형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태양이 떠 있는 낮에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뭔가에 집중할 때에는 양기가 우위를 차지합니다. 양기가 우위에 있을 때에는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과 혈당도 상승합니다. 그럼으로써 산소와 영양소를 우리 몸 곳곳에 효율적으로 보내고 우리 몸이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밤에 달이 뜨고 편안한 상태에서 잠을 잘 때에는 음기가 우위를 차지합니다.

음기가 우위를 차지할 때에는 몸이 이완되며 맥박과 호흡이 느려지고 소화와 흡수가 활발히 진행됩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볼 때에는 양기를 교감신경, 음기를 부교감신경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낮에는 주로 교감신경의 영향을 받으므로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고, 밤에는 주로 부교감신경의 영향을 받아 휴식과 수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만약 교감신경이 밤에도 계속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흔히 ‘과로사’라고 부르는 경우가 바로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우위에 머무를 때 나타납니다.

30~40대의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연일 밤샘 작업을 하거나 심각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교감신경의 영향으로 혈관이 수축되고 단단해져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간혹 목격하는, 50대 중년 남성이 과로와 스트레스, 일시적인 충격으로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체력에 비해 일이 많은 것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발생하는 과로를 절대로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과로는 우리 몸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아 여러 가지 질병을 만들어내고 최악의 경우 생사의 기로에 서게 합니다. 며칠 동안 밤을 새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건강하다는 증거지만,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과로하게 되고 노권의 병인이 만들어지며 이것이 결코 우리 몸에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노권을 유발하는 습관들: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다 – 항상 피곤해하고 기운이 없고 살이 찌지 않고 말라서 어릴 때부터 해마다 엄마가 함께 와서 진맥을 보고 보약을 먹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보약을 먹이면 한동안 밥을 좀 먹고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잘 먹지 않고 감기에도 자주 걸렸습니다. 그러던 학생이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몇 개월 후 첫 휴가를 나온 그는 놀랍게도 살이 통통하게 찌고 근육도 많이 생겨 있었습니다. 놀라운 변화의 핵심은 ‘제때 먹는 밥’에 있었습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식사하고 운동을 하니 자연스럽게 살이 찌고 건강해진 것입니다. 식사를 규칙적으로 같은 시간에 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체력에 비해서 일을 무리하게 많이 한다 – 체력에 비하여 일을 무리하게 많이 하는 것을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내가 하루 종일 일을 하고서 집에 들어와 쉬고 다음 날 아침에 가벼운 몸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만약 다음 날 아침에 어제의 피로를 안고 하루를 시작한다면 일단 체력에 비해 일이 많다는 것이고 노권이 발생할 만한 생활 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이라는 것은 상대적이어서 눈에 보이는 일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에 비해서 얼마나 많이 했는가가 중요합니다. 기운 센 천하장사가 쌀가마니를 열 개 날랐다면 그것은 일이라기보다는 건강을 위해서 하는 운동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 약골로 불리는 사람이 쌀가마니를 들었다는 두 세 개만 날라도 이미 얼굴빛이 노래지고 팔다리가 후들거리면서 건강에 이상 신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료할 때 일이 많은지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게 많지 않다고 답하는 데 여기에서 한 가지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일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는 일이 똑같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노화현상으로 체력은 떨어지는데 하는 일이 그대로라면 상대적으로 일이 많아진 것입니다. 노권의 병인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체력에 비해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만약 평생 같은 일을 해왔다면 나이에 맞게 점차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권으로 인한 증상들: 몸이 항상 피곤하고 나른하다 – 그날 쌓인 피로는 그날 풀고 다음 날은 다시 피로 제로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체력에 비해서 일이 많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 피로가 쌓이면서 그날의 피로가 제때 풀리지 못하고 다음날까지 누적되는 것이 지속되면 노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면 아무리 오래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나른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입맛이 없다 – 운동을 적당히 하면 잃어버린 입맛이 돌아올 수 있지만 지나치게 운동을 오래 해서 노권이 발생하면 기운이 빠지면서 오히려 입맛을 잃습니다. 기운이 빠지면 왜 입맛이 없어질까요? 기(氣)는 심지의 역할을 하고, 혈(血)은 기름의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등잔불이 잘 타려면 기름이 풍족하고 심지가 길어야 하는데 만약 기의 역할을 하는 심지가 짧다면 기름을 더 부어주기 힘들기 때문에 당연히 기름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약해지고 사람으로 볼 때에는 밥을 잘 먹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감기에 자주 걸린다 – 음식을 제때 먹지 못하거나 일을 많이 하거나 잠을 제때 못 자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노권이 발생하면 기가 허해집니다. 기가 허할 때 나오는 증상 중에 자주 보이는 것이 감기입니다. 여기서 감기란 꼭 기침을 하고 열이 나고 가래가 끓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감기약을 먹을 정도는 아닌데 오싹 춥다거나 살짝 열이 오르거나 식은땀이 나거나 코가 맹맹하거나 만성 비염과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을 가리킵니다. 과로로 기가 허해지면 외부의 변화를 쉽게 느끼고 몸이 민감하게 반응해서 감기 증상은 노권인 경우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식적 – 급하게 많이 먹으면 병난다

식적은 ‘먹는 것을 제대로 흡수ㆍ배출되지 않고 쌓여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정상적인 소화 과정을 통해 영양분은 흡수하고 노폐물은 대변과 소변으로 배출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고 정체되면, 즉 노폐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입으로 먹은 음식물은 식도를 지나 위에서 걸쭉한 형태로 만들어지며, 소장에서 영양소가 흡수되고 대장에서 수분을 흡수하며 항문을 통해 남은 찌꺼기와 장내 세균의 사체가 대변으로 배출됩니다. 이 전체 과정은 24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물마다 위에서 머무는 시간은 다릅니다. 과일과 채소가 가장 빨리 지나가며 그다음은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곡류이고, 마지막으로 고기류 순으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각종 인공화합물이 많이 들어간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 등은 위에서 소화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위중에 오래 머무는 음식을 가급적 적게 섭취하는 것이 위 건강에 좋기 때문에 육류나 패스트푸드보다는 야채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위장에는 유리합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음식물이 위에 머물지 않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인 위장의 평균 용량은 남자가 1,407cc, 여자가 1,275cc정도지만 사람의 체질마다 위장의 용량은 다르고 또 위장의 운동능력도 편차가 있기 때문에 음식 섭취량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위장이 크고 튼튼하며 위장 운동력이 좋은 사람은 밥을 두 공기씩 먹어도 금방 소화시킬 수 있지만, 위장이 작고 위장의 운동력이 약한 사람은 밥을 반 공기만 먹어도 금세 배가 부르다고 느낍니다. 결국 자기 몸의 특성에 맞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급하게 먹으면 필연적으로 많이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에 좋지 않은 식사 습관 중 하나가 밤늦게 먹는 것입니다. 위장은 하루 종일 음식물을 잘게 부수느라 쉴 새 없이 움직이다 밤이 되면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야간생활’을 즐기다 보니 각종 회식과 술자리로 인해 밤늦은 시간까지 위로 음식물을 흘려보냅니다. 잠자기 네 시간 전에는 되도록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평소 자는 시간이 밤 12시라면 8시 이후에는 위에 부담되는 음식물을 피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잘못된 식습관을 오랜 시간 가지고 있다 보면 ‘식적’이라는 병인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식적으로 인한 증상들: 명치를 누르면 통증이 있다 – 식적이 있는 경우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명치를 누르면 통증이 있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배를 누르는 진단법을 ‘복진’이라고 하는데 배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렀을 때 배 속이 편하고 통증이 없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않고 통증이 있다면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치료를 합니다. 특별히 명치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이 있다면 식적으로 인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식사 후 배가 더부룩할 때가 많다 – 식적이 있으면 음식을 제대로 소화, 흡수해서 배출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고 음식이 몸 안에 정제하는 일이 많아지는데 거기에 또 음식이 들어오면 배가 더부룩하고 힘들 때가 많아집니다.

식사 후 바로 대변을 보는 때가 많다 – 어린이가 식적을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이것입니다. 식사 중 또는 식사 후 꼭 화장실을 가는 어린이라면 식적이 있다고 간주해도 됩니다. 어린이들의 이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성장 부진이나 비만 또는 성조숙증, 비염, 중이염, 아데노이드 등이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성장이 잘 안 되거나 비만이 걱정인 어린이의 부모님이라면 우리 아이가 식사 중 화장실에 자주 가는지를 반드시 확인해보시기 바립니다.

트림을 자주 한다 – 트림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트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트림을 자주 하는 것은 담음, 식적, 노권 등의 병인 등을 가지고 있어서입니다. 식적으로 인한 트림은 음식을 먹었다 하면 계속해서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도 잘되지 않으면서 신트림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이 경우는 반드시 식적을 치료하고 건강한 식습관으로 바꿔야 합니다.


PART 3 병인에 따른 치료법

여성의 갱년기와 ‘월국환’

대부분의 여성들은 40대 후반부터 폐경을 시작합니다. 폐경은 난소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서 그로 인해 생리가 끊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폐경이 가까워지면서 몸에 여러 가지 이상 증상을 느끼고, 심지어는 마음의 병까지 생겨서 고생을 합니다. 이것을 호르몬 분비가 점차 줄면서 발생하는 갱년기 증상이라고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호르몬 분비는 당연히 줄어들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갱년기 증상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갱년기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어떤 분은 극심하게 겪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한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평소 담음이나 칠정, 음허 등의 병인을 가지고 있던 분이라면 호르몬 분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갱년기가 도래했을 때 가지고 있던 증상들이 증폭되면서 증상이 심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갱년기 장애가 심한 분 중에는 자율신경 실조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율신경이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말하는데, 이 두 가지 신경이 음양의 조화와 같이 함께 어우러져 균형을 잘 맞추어야 각종 장기들이 상생하면서 원활한 기능을 합니다. 그런데 자율신경 실조증이 되면 두 신경 간의 균형이 깨지면서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특히, 병인이 있는 분들이 갱년기를 맞아서 자율신경 실조증에 걸리면 ‘병인+갱년기 증상+자율신경 실조증’의 삼중고로 인해 각종 증상들이 한 번에 폭발하듯 발생합니다.

가장 많은 증상은 열이 오르고 어지럽고 숨이 차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입니다. 손발이 차고 몸이 잘 붓고 만성피로에 우울증도 올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호흡 중추나 연수의 기능 저하가 발생해서 체내의 산소 부족으로 뇌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심장박동 수는 더 증가할 수 있습니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고혈압, 심장병, 중풍, 치매로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갱년기 장애는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매우 위험한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갱년기 장애와 관련된 치료 사례와 처방에 대한 설명입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43세 한국 여성이 있었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많겠지요. 부부 사이는 비교적 괜찮은데 자녀들과의 갈등이 심해서 짜증나고 화나고 우울하고 불면증에 꿈자리도 사납고, 몸에는 열이 오르고 기운도 없고 삶의 의욕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생리가 끊어졌다고 합니다. 아직 갱년기가 되려면 몇 년 더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 조기 폐경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며 문의를 해왔습니다.

호르몬의 문제라면 조기 폐경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분의 현재 상황을 보자면 스트레스, 즉 칠정의 병인으로 인한 생리불순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분은 ‘월국환’을 복용한 후 가슴이 시원하고 마음이 편해졌고, 보름 뒤부터는 다시 생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월국환은 마음이 억눌렸을 때 발생하는 울증을 치료하는 『동의보감』 처방으로 칠정의 병인을 다스리는 기능이 있는데, 갱년기 여성들의 각종 증상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우울뿐만 아니라 학습과 기억에 손상을 미치는데 창출, 향부자, 천궁, 신국, 치차 등 다섯 가지 약재를 곱게 갈아 환으로 빚어 만든 월국환이 효과가 좋습니다.

국내 한 대학의 실험 논문에서 월국환은 ‘우울증을 포한한 정신 장애의 치료에 오래전부터 임상적으로 이용되어왔으며 항우울증제의 작용을 하며, 해마의 시냅스가소성을 증가시킴으로써 반복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기술 손상을 회복시키는 데 유효하다’는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갱년기 전후 화병이나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등의 신경 증상이 있거나 만성 피로, 생리 불순(조기 폐경이나 과다 출혈) 등의 증상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면역과 체온

건강한 사람의 경우 피부 온도가 36.5도일 때 심부 체온은 37.2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때 면역 기능이 최고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만약 피부 온도가 36.5도 이하의 저체온이 되면 심부 체온도 떨어지면서 면역이 급격히 떨어지고 각종 질병이 발생합니다.

체온이 0.5도 떨어진 36도가 되면 몸이 떨리는 증상이 발생하고, 1도가 떨어진 35.5도가 되면 면역력이 30% 하락하여 자율신경의 교란이 일어납니다. 또 변비와 소변 감소 등의 대소변 장애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고 고혈압, 당뇨, 암 등의 성인병 발생률과 자가면역 질환 등이 높아집니다. 1.5도가 떨어진 35도는 암세포가 가장 활발하게 증식하는 온도로 실제 암환자들의 체온을 재보면 이 온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몸 안의 체온이 떨어지는 이유: 우리 몸이 건강할 때는 수승화강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수승화강이란 신장의 찬 기운이 위로 올라가서 심장의 더운 기운을 식혀주고 심장의 더운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서 신장의 찬 기운을 덥혀주는 것입니다. 수승화강의 생리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머리는 시원하고 배는 따뜻한 상태가 되며, 머리가 맑고 내장이 튼튼해지고 면역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과도한 스트레스, 과로, 과식, 과도한 성생활 등으로 수승화강의 생리상태가 깨지면 위로는 열이 오르고 내장은 차가워지는 상열하한의 상태가 되면서 심부 체온이 떨어지고 면역도 함께 떨어집니다.

내 몸의 체온을 유지하고 건강한 체온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체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네 가지 생활환경과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과로하지 말며 음식은 조금씩 천천히 먹고 절제된 성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온을 올리는 방법: 잠자기 전 족욕 – 매일 밤 잠자기 전에 족욕을 15분 정도 하면 허리와 내장이 따뜻해집니다. 족욕 후에 발을 잘 닦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발가락 사이에 조금이라도 수분이 남아 있으면 그것 때문에 다시 냉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족욕을 하고 잠자리에 들면 밤중에 온몸에서 땀이 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마른수건으로 땀을 깨끗이 닦고 잠옷을 갈아입습니다. 이렇게 해서 몸 안의 노폐물들을 배출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관절통, 불면증 등도 함께 좋아집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족욕 후에 열이 오르고 갈증이 난다고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갈증이 난다면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온몸의 경혈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발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은 경락을 타고 온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신욕의 경우 혈압이 높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있는 분은 하기가 어려운 반면, 족욕은 그런 걱정 없이 누구나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체온을 올리는 약차 요법: 약차 요법으로 체온을 올리는 방법에는 강황차와 계피차를 마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강황차는 약간 매운맛으로 독성은 없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황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황을 적당한 두께로 썰어 그늘에서 반건조 합니다. 그런 다음 프라이팬에 살짝 덖어서(물기가 조금 있는 재료를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는 것) 마시면 좋습니다.

– 항암작용: 폴리페놀 성분인 커큐민이 강력한 항염증 효과를 발휘한다. 관절의 통증을 없애고 장염에도 효과적이다.
– 비만 예방: 강황의 주요 성분인 커큐민은 신진대사를 증진해 체지방 연소와 지방조직 제거를 도와준다.
– 항암 효과: 커큐민이 유방암 전이를 막아주고 자궁경부암, 위암, 간암, 백혈병, 난소암, 췌장암, 폐암 등 다양한 암의 발생 과정을 막아주는 능력이 있으며 정상적인 세포에는 독성이 없으면서 암세포만 죽도록 유도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 기억력 향상과 치매 예방: 커큐민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세포의 산화를 방지하고 치매의 진행을 지연시킨다. 치매를 유발하는 물질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인데 커큐민이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 속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계피는 체온을 올려 면력 기능을 올리는 데 효과적인 재료입니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잘돼서 수족냉증에 도움이 되고, 배가 차가워서 설사와 복통을 번갈아 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될 때 효과가 좋습니다. 계피차는 잘 말린 계피 4g 정도를 끓여 2회 마실 수 있는 분량으로 해서 오전, 오후 하루에 두 번 따뜻하게 마십니다. 계피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계피와 대추를 1대 2의 비율로 해서 함께 끓여 마시면 좋습니다.


비염

비염치료의 중요성: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코는 인체의 면역력과 대사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기 중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도 있지만 수많은 유해 바이러스와 세균, 발암물질 등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유해물질을 점액(콧물)을 통해 최대한 걸러내주는 첫 번째 여과장치가 코입니다. 또한 코는 영하의 차가운 바람이나 뜨거운 사막의 모래바람일지라도 모두 정상 체온(36.5도)으로 바꾸어 폐에 내려 보내주는 자동 온도, 습도 조절장치이기도 합니다.

밥은 며칠을 굶어도 살 수 있지만 숨을 쉬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데 이렇게 중요한 관문인 코에는 당연히 우리 인체의 면역 체계와 해독 기능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염이나 축농증과 같이 코에 질환이 생겼다는 것은 코 자체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인체의 대사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계절이 바뀌고 환경이 오염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비염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비염은 인체 내부에 근본 원인이 있으므로 면역력과 신진 대사 능력을 올려야만 재발하지 않고 좋아질 수 있습니다.

흔히 비염은 낫지 않는 병이라고 포기하면서 수술을 받거나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치료를 결심하기까지 환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답답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비염은 비후된 콧속 조직을 잘라내거나 부작용이 많은 스테로이드 제제를 쓰는 것으로는 제대로 치유되기 어렵습니다.

콧속 조직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당장 숨 쉬기 불편하다고 더 큰 부작용을 낳는 치료를 하기보다는 인체의 면역력과 대사 능력을 높이는 비염을 관리하는 생활 요법을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빠른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비염의 치료 방법: 한방에서 비염 치료는 비염이 발생한 원인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합니다. 체력이 약해서 쉽게 지치는 노권, 진액이 부족해서 점막이 잘 위축되고 약한 음허, 과식하는 습관으로 발생하는 식적,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칠정,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않고 정체해서 발생하는 담음 등의 병인을 해결하면서 올바른 비염 관리 생활수칙을 잘 지켜나가면 비염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비염 관리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감기가 발생하면 빨리 완치한다.
– 7시간 이상의 숙면을 취한다.
–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
– 인스턴트 음식을 피한다.
– 찬 음식(얼음물, 아이스크림), 차가운 곳(스케이트 장)을 피한다.
–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해준다.
– 이불과 베개 등 침구류를 자주 세탁한다.

비염에 좋은 차: 비염에 도움을 주는 한방차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찬바람만 불면 비염 증상이 발생하는 풍한성 비염에 좋은 신이차와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열성 비염에 좋은 황련차, 이렇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신이차 – 신이는 봄철에 아직 피지 않은 목련의 꽃봉오리를 채취해 말린 것입니다. 우리가 관상용으로 쓰는 신이는 약효가 없기 때문에 신이를 활용하려면 약재로 가공된 것을 구입해서 쓰는 것이 좋습니다. 특유의 매운맛이 있어 이름에도 매울 신(莘)이 들어 있습니다. 신이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독성이 없습니다.

신이는 풍한으로 발생하는 비염에 효과적입니다. 찬바람이 불면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오고 비염, 축농증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 효과가 좋습니다. 평소 열이 많고 땀이 많은 사람들보다 추위를 많이 타고 땀이 잘 나지 않는 사람에게 효과가 좋습니다. 신이차는 신이 5g에 500cc의 물을 넣고 200cc가 될 때까지 끓여 하루에 3회 나누어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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