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미디어숲 / 2021년 3월 / 384쪽 / 16,800원

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저우신위에 지음

저자 소개

절강대학교 경영학 교수, 경영학과 주임. 《뉴욕타임스》, 《타임》, 《사이언스》, 《네이처》, BBC 등 다수 해외 유명 매체에 연구 성과가 보도되었다. 중국 국가걸출청년과학기금 수상자이자 중국에서 논문 인용이 많이 되는 학자이다. 우리는 돈이 교환의 도구 그 이상을 의미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등장한 ‘돈의 심리학’의 연구 목적은 돈과 사람의 정서, 인간관계, 행동 그리고 각종 전략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포함한다. 오랜 기간 돈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 온 저자는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돈과 관련된 재밌는 현상을 분석하고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마음을 보여 준다.

책소개

돈은 인간의 심리를 조종한다. 그리고 인간의 심리는 다시 돈을 통해 외부 세계로 표출된다. 따라서 그 사람이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면 그의 인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사용하는 ‘돈을 이용한 독심술’의 방법이다. 돈과 인간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돈은 어떻게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까? 돈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란 무엇일까? 돈의 실제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열쇠를 제공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당신은 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고 돈으로 연결된 사회 네트워크를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요약본 본문

1장 돈과 심리_ 돈에도 감정이 있다

돈에도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다

2016년 곽언의 부모는 병에 걸린 빈곤 가정 아동들의 악성 종양을 치료할 수 있도록 곽언의 이름으로 4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다. 곽언은 여섯 살 때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는데 이 돈은 곽언이 미국에 가 치료할 수 있도록 중국 각지에서 십시일반 기부해온 돈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병마는 곽언이 미국에 가 보기도 전에 생명을 앗아갔다. “이 돈만 보면 사랑스러운 내 딸이 떠올라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라고 말하며 힘들어하던 부모는 이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를 하고 나자 곽언에 대한 미련과 아픔에서 벗어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가족의 사망 이후 받은 유산이나 보험금 등을 사용하지 않고 전액 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감정적 회계: 2009년 스탠퍼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조나단 르바브는 '감정적 회계(Emotional Accounting)' 라는 개념을 발표했다. 사람들은 돈에 긍정적인 것, 부정적인 것 등 서로 다른 감정이라는 일종의 해시태그를 건다. 긍정적 태그가 달린 돈은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부정적 태그가 달린 돈은 가급적 남을 돕는 등 보다 실용적인 일에 쓴다. 앞서 소개한 곽언의 부모는 돈에 '슬픔'이라는 태그를 걸었다. 충분히 비싼 가방과 차, 신발, 시계 등 사치스러운 소비를 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하지만 장학금과 같이 노력의 결실로 얻은 대가는 다르다. 그 돈에는 긍정적 태그가 붙고 그 돈을 사용함으로써 스스로를 자축하고 격려한다.

행복해지지 못할 바엔 쓰지 않는다: 르바브 교수는 대학생 648명을 모아 실험을 진행했다. 다음은 그 실험에서 제시된 두 가지 가정이다.

가정1. 삼촌이 졸업 축하선물로 200달러를 보내주었다.

가정2. 삼촌에게 졸업 축하선물로 200달러를 받았는데, 어머니로부터 삼촌이 아주 심한 병에 걸려 치료가 시급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질문: 당신은 이 200달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실험 결과 삼촌이 건강하다는 가정에서는 36퍼센트 참가자가 유흥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삼촌이 아프다는 가정에서는 유흥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66퍼센트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아픈 삼촌이 준 200달러를 유흥에 사용하겠다고 답한 참가자들은 그중 얼마를 지출한다고 했을까? 먼저 긍정적 태그를 달았던 참가자들은 약 115.51달러를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반대로 부정적 태그를 달았던 참가자들은 65.12달러만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이렇듯 사람들은 아픈 사람이 준 돈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이 돈을 영원히 사용하지도 못한 채 썩혀 둘 수밖에 없을까?

부정적 태그가 달린 돈은 세탁하라: 해답은 돈을 세탁하는 것이다. 여기서 돈세탁은 소위 말하는 나쁜 의미가 아닌 '세탁', 즉 씻어 내는 것에 중점을 둔다.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나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곳에 돈을 사용하는 것으로 그 돈에 깃든 슬픔, 자괴감, 초조함 같은 부정적 감정을 씻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부를 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학비를 보태 줄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돈을 세탁하는 행위다. 실제 생활에서 우리는 수도 없이 돈에 부정적, 긍정적 태그를 붙여서 분류하곤 한다. 긍정적 태그가 달린 돈은 기꺼이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목적으로 소비된다.

1949년 11월 미국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영광을 가져다준 퇴역군인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장병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많은 장병이 사망했으므로 보험금 또한 막대하리라 예측됐다. 정부는 실제로 약 28억 달러의 보험금과 수익금 일부를 당사자들에게 돌려줬다. 이 돈에는 '뿌듯함' 이라는 태그가 달렸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주인공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돈이 사용되는 속도는 과연 빨랐을까 아니면 느렸을까?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보드킨(Bodkin) 교수는 뜻하지 않게 큰돈을 받은 퇴역군인 1,414명의 가정을 조사했고 그들은 모두 평상시 일해서 번 돈을 사용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이 돈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았다.

반면 부정적 태그가 달린 돈은 이처럼 쉽게 쓰지 못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은 이스라엘에 배상금을 물었고, 이는 전쟁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지급되었다. 이스라엘 주민의 약 4퍼센트가 독일로부터 평균 2,000세켈(이스라엘의 화폐 단위)을 받았다. 당시 이스라엘 한 가정당 평균 수입이 약 3,400세켈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그들이 받은 배상금은 적지 않은 액수였다. 하지만 조사 결과, 대부분은 그 돈을 전부 사용하지 못했고 어떤 경우엔 아예 손조차 대지 못했다.

돈은 무생물이므로 당연히 울거나 웃는 등 인간과 같은 감정 표현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감정을 담는 그릇은 될 수 있다. 그 그릇에 담긴 감정이 소비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슬픔'의 태그가 붙은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장미꽃을 선물한 사람의 손에는 향기로운 꽃내음이 남는다. 슬픔이 담긴 돈을 꺼내 슬픔을 겪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치유하는 데 사용해 보자. 그 돈은 이내 기쁨의 돈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2장 돈과 사회생활_ 돈을 알면 세상 돌아가는 원리가 보인다

나와 돈 사이의 심리적 거리

무언가 선택을 해야 할 경우, 잘 모르는 타인을 위한 일이라면 좀 더 모험적이 된다고 한다. 그 이면에는 돈과의 심리적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가지 치료법이 있는 병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첫 번째 치료법은 비교적 보수적인 방법으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완치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두 번째 치료법은 큰 후유증이 생기는 등 모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완치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여기서 질문이다.

· 만약 당신의 가족이 이 병을 앓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치료법을 선택할 것인가?

· 만약 일면식이 없는 타인이 이 병을 앓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치료법을 권할 것인가?

사람들은 과연 두 질문에 같은 답변을 할까?

타인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더 과감해진다: 1997년 시카고대학교 시(Hsee) 교수와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웨버(Weber) 교수는 이 문제에 관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비교적 모험적인 방안을 제시했지만 자신이나 가족의 문제일 경우에는 보수적인 방안을 따랐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더 모험적이겠지' 라는 일반적인 편견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치료법은 비교적 보수적인 것을 선택하고, 타인을 위한 선택은 그 사람이 모험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판단해 선택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기본예측오류(Fundamental Prediction Error)'라고 부른다.

이런 인식은 남을 위한 결정을 할 때도 똑같이 작용한다. 우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아픈 사람은 의사의 도움을 받고, 투자하는 사람은 투자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정부 관료가 정책을 수립할 때는 정책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이러한 결정에는 표준 답안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타인이 결정 내리는 것을 도와줄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하려고 한다. 이러한 생각과 타인은 모험을 더 좋아할 것이라는 잠재적 인식이 결합해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자신에게는 반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내 돈이 아닌 것처럼 투자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심리상태를 '하우스 머니 효과(Housc Money Effect)'라고 하는데 도박에서 딴 돈을 자신의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남의 돈이라고 느껴 그 돈을 다시 도박에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의 게임에서는 미친 듯이 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거리낌 없이 건다.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싶다면 그 사람과 친해져라: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 더 모험적이게 될까? 바로 돈과 심리적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자기를 위한 결정을 내릴 때는 돈과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며 손실 위험이 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느껴져 고통을 느낀다. 하지만 돈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손실 위험은 추상적이고 하나의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져 남을 대신해 걱정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것은 결코 사람의 본성이 냉혹해서 남의 위험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남은 나와 같은 두려움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남이 모험을 얼마나 감수할지에 대한 예측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타인의 의사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투자 전문가는 더욱 위험성 있는 종목을 제시할 수 있고, 의사는 더욱 과격한 수술을 권할 수 있으며, 의류 매장 직원은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의 옷을 추천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은 언제나 큰 손실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런 위험도를 낮출 수 있을까? 그것은 그 사람과 친해지면 된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모험으로 인한 위험이 가져오는 공포와 걱정을 대신 느껴 더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줄 것이다.

왜 구세군 모금함을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걸까

구세군은 매년 크리스마스에 빨간 모금함을 들고 나와 모금 활동을 한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 2009년 겨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제임스 안드레오니(James Andreoni)와 예일대학교 교수 한나 트래츠먼(Hannah Trachtman)은 구세군과 함께 진행한 실험을 통해 기부 회피 행위를 증명했다.

이 실험은 월요일에서부터 목요일에 걸쳐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보스턴의 한 쇼핑센터에서 진행됐다. 이곳에는 두 개의 큰 문이 있는데 고객들은 주차 후 이 두 문을 통해 쇼핑센터에 들어오게 되어있었다. 이 중 1호 문을 골라 모금 활동을 했다. 1호 문 앞에 선 구세군은 두 방식을 섞어 모금했다. 조용히 서 있다가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소극적인 방식’, 그리고 종을 울리거나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요. 메리 크리스마스!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라며 큰소리로 기부를 격려하는 방식' 이었다. 그 결과 '소극적인 방식' 일 때는 매분 0.32명이 모금함에 돈을 넣었고, 매분 약 0.33달러가 모였다. 하지만 '큰소리 내는 방식'일 경우에는 기부하는 사람이 55퍼센트나 증가했다. 그리고 모금함의 돈도 69퍼센트 증가했다. '소극적인 방식'일 때(92분간 진행) 모인 돈은 평균 29.97달러였다. 이에 반해 '큰소리 내는 방식' 일 때에는 20.67달러가 더 모여 평균 50.6달러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만 보고 과연 '큰소리 내는 방식'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위 두 상황에서 구세군은 모두 1호 문에만 서 있었다. 따라서 주차를 하고 들어오는 고객들은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빨간색 모금함을 볼 수 있었고 구세군 특유의 종소리 또한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1호 문으로 들어갈지 혹은 2호 문으로 들어갈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안드레오니 교수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두 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수를 통계 냈다. 단, 한 사람이 들어올 때와 나올 때를 각각 한번으로 세었다. 구세군은 전체 실험의 절반을 ‘소극적인 방식’으로, 나머지 절반을 ‘소리 내는 방식’으로 모금 활동을 했다. ‘소극적인 방식’이었을 때 1호문으로 드나든 횟수는 총 2,563회였다. 하지만 '소리 내는 방식'일 때 그 횟수는 1,728회로 크게 줄어들었다. 결국 구세군의 모금을 격려하는 소리는 오히려 사람들이 모금을 피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추가로 진행된 보충 실험에서 안드레오니 교수는 사람들이 모금을 피하지 못하도록 두 문에 모두 구세군을 배치했다. 그 결과 '소극적인 방식'일 경우 1, 2호 문을 드나드는 횟수의 합은 4,682회였고, '소리 내는 방식'일 경우에는 4,084회로 감소했다. 그렇다면 그 600명의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알고 보니 이곳에는 주차장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곳에 후문이 있었다. 사람들은 멀리서 모금 활동 중인 것을 보고 힘들게 돌아 들어가는 것을 감수해서라도 모금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며 천성적으로 남을 돕고 싶어 한다. 따라서 상대가 나에게 돈을 빌리려고 할 때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바로 내주는 것도 무척 어렵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회피라는 방법을 써서 돈을 빌려주기 싫은 마음을 감춘다. 사람들은 기부금상자 앞에서 “싫어요”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못 본 체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 힘들게 돌아서 후문으로 쇼핑센터에 들어간 것이다.

3장 돈과 소비행위_ 합리적 소비일까, 함정에 빠진 걸까

왜 화장품은 제값 주고 사면서도 아깝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시장에서 채소를 살 때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흥정을 하지만, 명품 립스틱을 살 때는 제값을 다 주고 사면서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해 번 돈은 차마 쓰지 못하면서도 도박으로 딴 돈은 곧바로 탕진한다. 이러한 현상은 돈이라고 다 같은 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우리 마음속에 심리계좌가 있다.: 우리는 마음속 여러 계좌에 돈을 나누어 보관한다. 이 '심리계좌 (Mental Accounting)'라는 개념은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에 의해 1985년 처음 등장했다. 심리계좌라는 것은 쉽게 말해 돈을 분류하는 마음속 서랍이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돈에 각기 다른 태그를 붙여 분류한다. 생활필수품에 사용되는 돈, 오락에 사용되는 돈, 인간관계에 사용되는 돈 등 서로 다른 종류로 분류된 서랍이 바로 심리계좌다. 다음 2가지 상황을 통해 심리계좌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상황A: 현장 구매로 표를 사서 뮤지컬을 보려고 한다. 표 값은 만 원이다. 그런데 극장에 도착했을 때 만 원을 잃어버린 것을 알아챘다.

상황B: 만 원을 주고 뮤지컬 표를 구매했다. 그리고 극장에 도착했을 때 표를 잃어버린 것을 알았다. 뮤지컬을 보기 위해 현장에서 재구매를 하려면 다시 만 원이 필요하다.

이 두 상황에서 나라면 과연 만 원을 내고 다시 표를 살지 생각해 보자. 1981년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츠키 두 경제학자가 이와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상황 A에서는 88퍼센트의 사람들이 표를 산다고 했다. 그리고 상황 B에서는 46퍼센트의 사람들이 표를 산다고 했다. 왜 똑같은 만 원이라는 손실을 두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할까?

두 상황의 결과가 다른 이유는 바로 상황 A에서 잃어버린 만 원은 ‘현금 계좌’에 들어 있었고 뮤지컬 표를 구매하는 것에 쓰인 만 원은 ‘표 계좌’라는 각기 다른 계좌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자의 손실은 후자의 손실에 비해 영향력이 크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현금을 사용해 다시 표를 구매하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상황 B에서는 표 계좌에 이미 넣어두었던 만 원을 사용해 표를 구매했기 때문에 같은 계좌에 같은 돈을 또 넣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즉, 동일계좌에서 너무 많은 돈을 사용한다고 느낀 사람들은 대부분 표를 다시 사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양한 심리계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심리계좌 안의 돈은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도 없다.

어느 것으로도 대체 불가한 심리계좌: 심리계좌의 '대체 불가'라는 특성은 어떤 면에서 드러날까? 첫 번째로, 돈을 얻게 된 계기가 그 돈의 심리계좌를 정한다. 예를 들어 복권이나 도박 등을 통해 예상에 없던 돈이 갑자기 생기면 노력해서 힘들게 번 돈과 쓰는 방식에서 큰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고생해서 번 돈은 쓰기 아깝지만 복권으로 얻은 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써 버릴 수도 있다.

두 번째로, 돈의 용도가 그 돈의 심리계좌를 정한다. 예를 들어 날이 추워져 새 패딩을 사려고 할 때 이미 다른 외투들이 있다면 괜히 돈이 아까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엄마에게 생신 선물로 비싼 양털 코트를 사 주는 것은 오히려 뿌듯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이렇게 다른 생각이 드는 이유는, 나를 위해서 사는 새 패딩은 생활필수품 계좌에 들어간 돈을 사용해야 하는 데 반해 엄마의 생신 선물에 쓰는 돈은 감정 계좌에 들어 있던 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영업에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4만 원짜리 초콜릿 선물 세트를 팔 때 “초콜릿 선물 세트 어떠세요, 고급지고 맛있어요!” 라고 말하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세요.”라고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같은 4만 원이라는 돈이 ‘식품 계좌’에서 '감정 계좌'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돈을 저장하는 방식이 심리계좌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김 씨는 4천만 원을 대출해 차를 샀다. 그리고 그의 계좌에는 나중에 집을 살 때 보태기 위한 4천만 원이 들어 있었다. 왜 그는 그 4천만 원으로 차를 바로 사지 않고 대출금으로 차를 샀을까? 그것은 김 씨의 고정 계좌와 임시 계좌 안에 있는 돈의 성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심리계좌의 개념과 특징을 알면 생활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들의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남에게 돈을 쓰면 두 배로 행복해진다

힘들게 번 돈은 쉽게 남을 위해 쓰기 어렵다. 하지만 “장미꽃을 건넨 손에 장미향이 남는다.” 라는 말이 있듯이 남을 위한 소비는 자신에게 쓸 때보다 더 큰 행복을 안겨주기도 한다. 날이 추워져 꺼낸 코트 주머니에서 뜻하지 않게 만 원권 지폐 한 장을 발견했다. 이 돈을 과연 어디에 써야 제일 행복할까? 점심에 먹을 김밥을 치즈 김밥으로 바꿀까? 붕어빵을 사 먹을까? 아니면 식당 계산대에 놓여 있는 결식아동 돕기 모금함에 넣는 것은 어떨까? 다음은 돈을 누구에게 쓸 때 행복해지는가를 하버드대학교 노턴(Norton) 교수팀이 연구한 것으로 2008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내용이다.

46명의 실험 참가자들은 각자 5달러 혹은 20달러씩을 받고 실험 당일 오후 5시 전까지 자기 자신에게 쓰는 것과 남을 위해 쓰는 두 가지 방식으로 사용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돈을 쓰고 난 후 각자 느끼는 행복의 정도를 말했다. 그 결과 남을 위해 돈을 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큰 행복을 느꼈다. 그 밖에도, 돈을 쓰고 난 직후의 행복감은 그 돈이 얼마든지 간에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따라서 행복을 결정하는 척도는 소비하는 금액의 크기가 아닌 소비하는 대상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 연구진이 그냥 준 돈이라서 그러한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632명의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각각의 연 수입과 행복감의 정도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그 설문에는 ①여러 용도의 소비 ②나를 위한 소비 ③남을 위한 소비 ④기부 용도의 소비 등과 같은 소비 방식에 대한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최종 집계 결과, 자신을 위해 소비한 경우 그 비율이 얼마든지 간에 행복감과 전혀 비례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나를 위해 과소비를 한 사람이든 소소하게 돈을 쓴 사람이든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비슷했다. 하지만 남을 위해 소비한 경우 그 크기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행복감도 더 커졌다.

남을 위해 돈을 쓰면 행복해지는 이유 3가지: 노턴 교수팀은 2006년부터 2008년 136개국의 234,917명을 대상으로 이 문제에 관한 실험을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이 88퍼센트의 나라와 지역에서 공통으로 발견됐다. 무엇보다도 집안 형편과 무관하게 남을 위해 돈을 쓰면 행복함을 느꼈다는 점이 제일 흥미로웠다.

남을 위해 돈을 쓸 때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연결(Relatedness), 성취감(Competence) 그리고 자주성(Autonomy)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타인과 연결되었다고 생각하면 행복을 느끼게 된다. 돈으로 남을 돕는 것은 사회적 관계가 더 긴밀해지고 강렬해진다. 사회적 관계가 두터워질수록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이 관계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그중에서도 1938년 하버드대학교에서 80년간 진행된 복(Bock) 교수팀의 연구가 유명하다. 하버드대학교 268명의 우수한 학생들과 보스턴에 사는 456명의 저소득층 청년들이 연구 대상으로 선별되었다. 그리고 2년마다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는 건강, 정신 상태가 정상인지 여부, 결혼, 직장 생활의 성공 여부, 퇴직 후 느끼는 행복감 등에 대한 질문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매 5년마다 직접 방문해 생활수준과 행복감을 조사했다.

2015년에 4대째로 실험을 주관한 하버드 의대의 왈딩거(Waldinger) 교수는 이 연구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수입의 많고 적음과 학력의 높고 낮음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인간관계야말로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가 양호한 사람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건강하다는 것이다. 돈을 다른 사람에게 쓸 때 사회적 관계망이 두터워진다. 예를 들어 결식아동을 돕는 모금함에 돈을 넣는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고 이를 통해 더 행복해진다.

다음으로는 남을 위해 돈을 쓸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성취감은 일상에서 학습이나 일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분이다. 반대로 노력에 대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생애 첫 월급이나 장학금 등을 받으면, 대부분은 이 돈을 자기를 위해 쓰기보다는 부모님이나 소중한 사람을 위해 선물을 사는 데 쓴다. 물론 주된 이유는 '보답' 이지만, 선물을 할 때 성취감이 고취되는 것도 한몫한다.

마지막으로 남을 위해 돈을 쓰면 '자주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길거리 떡볶이, 할인 중인 유명 브랜드 옷 등 세상에는 돈을 쓸 곳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러한 곳에 돈을 쓸 때의 행복감은 단기간에 사라지고 만다. 길게 보면 공허함만 남을 뿐인 소비는 결국 우리를 물질의 노예로 만든다. 하지만 내가 아닌 남을 위해 하는 소비는 물질적 탐욕을 떨치고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물질에 이끌리지 않고 스스로 소비 대상을 결정하는 자주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 말을 떠올려 보자. '장미꽃을 건넨 손에는 장미향이 남는다.'

4장 돈과 가정생활_ 비극의 80퍼센트는 모두 돈과 관련 있다

가난은 자제력을 잃게 만든다

영양 과다가 오히려 문제가 되는 오늘날, 이 세상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과 다이어트를 할 사람으로 나뉜다. 통통한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늘 실패하는 이유는 과연 자제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원래 살이 잘 찌는 체질이었던 걸까? 심리학자들은 먹는 것을 자제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쩌면 지난날의 가난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좀 더 자세한 데이터를 보면 이러한 현상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 세계 비만 인구의 3분의 2는 모두 개발도상국에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식량 부족 문제조차 완벽히 해결하지 못한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비만 아동수가 천만 명을 초과했다. 결국, 오늘날 전 세계 비만 인구의 대부분이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연구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남보다 형편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고열량 음식을 더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가난할수록 칼로리 높은 음식을 찾는다: 2017년 난양(南陽)이공대학교 천(Cheon) 교수 연구진이 실시한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 중 절반은 자신이 남보다 더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남보다 더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참가자들에게 각자 혼자 드라마를 보게 했는데 그 앞에 감자칩이나 M&M 초콜릿 등 간식을 준비해 두고 마음껏 먹어도 좋다고 말했다. 실험 종료 후 모든 참가자가 먹은 간식의 수량을 조사한 결과 스스로가 가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평균 88.24칼로리의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평균 53.62칼로리밖에 먹지 않았다. 게다가 가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주어진 간식 중 칼로리가 높은 간식 위주로 먹었다.

가난한 사람이 음식을 더 많이 먹는 이유는 이 세상 모든 동물이 살아가는 이치와 같다.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음식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식량 부족을 겪는다. 따라서 추운 겨울을 이겨 내기 위해 가을부터 쉬지 않고 음식을 먹어 체내에 영양과 지방을 비축한다. 사람에게 돈이 없다는 것은 곧 '겨울'에 가까워진 것과도 같은 효과를 준다. 즉, '부족함'의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여 많은 음식을 먹어 '겨울'을 나려고 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없음에도 각종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며 고열량 음식을 통해 최고의 만족감을 얻으려고 한다. 이제 맥도날드나 KFC 같은 패스트푸드점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만족시키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기 훨씬 쉬워졌을 것이다. ‘빅맥’ 같이 푸짐하고 커 보이는 이름은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적격이다. 게다가 이와 같은 이유로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비단 고열량 음식 뿐 아니라 더 크기가 큰 음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스스로가 가난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큰 것을 주로 고르는 이유는 일상에서 큰 것은 주로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크고 화려한 집에 살며, 널찍하고 쾌적한 고급 차를 탄다. 이러한 모습들은 사람들에게 '큰 것', '돈과 권력'이라는 것을 서로 연결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어떤 졸부들은 돈을 벌자마자 투박하고 큰 금목걸이나 로고가 크게 박힌 명품 가방 혹은 옷 등으로 달라진 사회적 지위를 과시한다. 가난한 지역이 크게 성장한 후 높은 빌딩과 커다란 조형물 등을 세우는 이유도 이와 같다.

그렇다면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이라면 이런 성향이 좀 덜할까? 그렇지 않다. 부유한 국가 하면 바로 떠오르는 미국조차 비만 인구가 1.6억 이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만 인구는 전 세계 각국에서 단연 1위다. 이는 실제로 가난하지 않더라도 빈부격차가 큰 지역에 살 경우, 먹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말해 준다. 결국 빈부격차가 크면 클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음식을 먹고 살이 찔 확률도 높았다. 물론 당뇨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졌다. 늘 가진 돈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음식에 대한 자제력을 쉽게 상실한다. 또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빈부격차가 큰 나라에 산다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5장 돈과 도덕적 평판_ 부자와 가난한 자의 도덕 수준

부자와 빈자 중 누가 더 인색할까

2017년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자선가 순위에서 투자의 신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3년 연속 1등을 차지했다. 그가 기부한 금액은 2016년 무려 28억 6천만 달러에 달했다. 그렇다고 모든 부자들이 반드시 이렇게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2011년 미국 전 지역 기부액 조사에 따르면, 20퍼센트의 부호들이 평균 1.3퍼센트의 수입을 기부했고, 수입 피라미드의 저층에 위치한 미국 인구의 하위 20퍼센트의 사람들이 평균 3.2퍼센트의 수입을 기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인 피프(Piff) 연구진은 아래의 실험을 통해 부자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비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발견했다.

실험은 수입 격차가 있는 124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연구진에게서 받은 일정 금액의 돈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줘야 한다. 흔히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더욱 이기적이고 돈을 나누는 게임에서 자기 몫을 더 챙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험에서 나온 결과는 달랐다. 수입이 적은 사람들이 오히려 타인 몫의 돈을 더 챙겨 줬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에 의지해 돈을 벌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더 중요시하므로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더 느끼는 반면 부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과 행복을 중요시하며 남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경제 불평등의 심각성이 부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프랑스 소설 「외제니 그랑데」에는 탐욕적인 영감 그랑데가 나온다. 그는 돈이 많지만 여전히 허름한 집에 살았다. 그리고 매일 가족들에게 식량과 초를 직접 나눠 줬다. 돈은 그에게 세상의 전부였고 돈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소설 속 부자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부자들은 정말 인색한가?' 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2015년 토론토대학교 꼬뜨(Côté)와 하우자(Housea) 그리고 스탠퍼드대학교 윌러(Willer) 팀은 거시 경제 환경의 불평등 정도가 부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먼저 1,49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수입과 관대함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같은 결과는 부자라고 해서 반드시 인색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지역에 사는 부자들은 돈을 쓰는 것에 대해 비교적 인색했지만, 경제 불평등이 적은 지역에 사는 부자들은 훨씬 관대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704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10장의 추첨권을 주고 다른 사람들과 나눠 가지게 했다. 그리고 나눠 준 추첨권의 수량이 많을수록 그 사람을 더 관대하다고 평가했다. 이 중 절반의 사람들은 추첨권을 받기 전 경제 불평등 지수에 관한 데이터를 보았고 나머지 절반은 경제 평등 지수에 관한 데이터를 보았다. 실험 결과, 경제 불평등 지수를 본 사람 중에는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자들이 더 인색했던 반면 경제 평등 지수를 본 사람들은 수입과 관계없이 추첨권을 비슷하게 나눴다. 이 같은 결과를 통해 우리는 부자들이 유독 인색했던 것은 경제적 불평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지역에 사는 부자들이 인색해지는 현상이 나타날까? 연구진은 이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부자들은 자신이 대부분의 사람과는 다른 사회 특수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특권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기 때문에 손에 쥔 돈과 권력을 더욱 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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