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를 위한 영화 속 로봇인문학 여행

팜파스 / 2020년 11월 / 248쪽 / 13,800원

십 대를 위한 영화 속 로봇인문학 여행

십 대를 위한 영화 속 로봇인문학 여행

전승민 지음

저자 소개

과학기술 분야 저술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덕연구단지 과학신문 〈대덕넷〉 취재기자, 과학 미디어 기업 ‘동아사이언스’에 10년 이상 근무하며 월간 〈과학 동아〉기자, 〈동아일보〉과학팀장, 〈동아사이언스〉 편집장 및 수석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사이언스타임즈〉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인간형 로봇기술의 발전과 한국 KAIST 연구진의 노력을 조명한 책 『휴보이즘』, KAIST 연구진의 세계 재난로봇경진대회 우승기를 그린 『휴보, 세계 최고의 재난로봇』, 한국 미라의 발생과 기원을 연구한 『500년 신비를 과학으로 풀다, 한국 미라』, 청소년들을 위한 디지털인문학 도서 『인공 지능과 4차 산업혁명의 미래』 등이 있다.

책소개

이 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로봇들을 통해 로봇이란 무엇인지 알려주고, 로봇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인간을 지키는 로봇, 인간을 공격하는 로봇, 인간을 위해 일하는 로봇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로봇들을 보며 우리가 로봇으로 투영하는 바람과 기대는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중요한 것은 로봇이야말로 기술과 사회의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그려주는 과학 청사진이며, 미래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가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이 책을 보면서 로봇 영화라는 친근한 매개를 통해 쉽고 첨단 과학 기술에 대해 알게 되고, 나아가 미래 사회와 기술의 흐름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쌓게 될 것이다.

요약본 본문

영화 속 로봇으로 보는 미래의 ‘과학 기술’

가장 현실성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그려 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입으면 힘이 세지는 로봇. ‘웨어러블 로봇’은 수십 년 동안 흥미진진한 소재였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웨어러블 로봇이 세상에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제가 영화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처음 본 것은 1986년이었습니다. 당시 개봉한 영화 <에일리언> 2편에서 주인공 여전사(시고니 위버 분)가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외계 종족과 싸우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엘리시움>에서도 이런 ‘착용형 로봇’이 등장하지요. 웨어러블 로봇 영화들 중 가장 대표적인 영화로는 아마도 <아이언맨>이겠지요. <아이언맨>의 원작 만화책이 처음으로 발간된 것이 1963년이었으니, 이미 반세기도 전에 사람들은 웨어러블 로봇을 꿈꿔온 셈입니다.

슈트? 외골격? 입는 로봇도 종류가 여러 가지!: 웨어러블 로봇의 미래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영화로 2014년 나온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일본 작가 사쿠라자카 히로시가 쓴 소설이 원작입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일본 소설을 영화로 만든 최초의 작품이지요. 유명 배우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 나오는 전투용 웨어러블 로봇은 아이언맨처럼 형태가 멋지고 아름답진 않습니다. 쇠막대기(?)로 만든 것 같은 뼈대를 사람 몸 바깥쪽에 연결해 두고, 거기에 각종 기계장치를 붙여 놓아, 마치 실험실에서 개발하다가 만 것 같지요.

웨어러블 로봇을 부르는 이름도 여러 가지입니다. 인체 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장치이니 강화복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사람의 몸을 감싸는 형태이니 ‘엑소슈트(Exosuit)’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밖에 몸 바깥에 새로운 골격을 입는다는 뜻에서 ‘엑소스켈레톤 로봇’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국말로는 ‘외골격 로봇’이지요. 웨어러블 로봇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아마도 ‘외골격 로봇’ 종류일 것입니다. 사람의 육체를 대신해 힘을 써야 할 때, 굳이 갑옷처럼 만들 필요는 없지요. 무거워지고, 모터 등을 붙이기도 불편해니까요. 따라서 몸 바깥쪽에 모터나 유압식 구동장치를 붙인 뼈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유리하겠지요.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웨어러블 로봇이 이런 형태랍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 나온 군사용 로봇은 ‘외골격 형태’ 웨어러블 로봇을 아주 잘 보여 줍니다.

영화에서 묘사된 성능은 꽤 대단합니다. 달리는 자동차를 정면에서 두 팔의 완력만으로 부숴버릴 수 있으며, 양팔과 어깨에 기관총과 미사일을 달고 있습니다. ‘클레이모어’라는 폭파장치를 사용하기도 하지요. 모두 현대에 이미 개발된 무기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이런 장치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기에 아이언맨 같은 매끈한 디자인으로는 사실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영화 제작진은 웨어러블 로봇의 구조와 성능의 한계를 잘 알고, 가장 현실적인 디자인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웨어러블 로봇이 실용화되기 위한 두 가지 숙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 몸을 움직이려고 할 때, 로봇이 그 몸동작을 정확하게 따라 할 수 있게 만드는 ‘동조’ 기술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위해 금속 로봇을 입고 있는 사람의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때 로봇의 내벽 피부가 눌리면서 생기는 압력을 이용하는 ‘감압 센서’ 방식, 인간의 근육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인 ‘근전도’나 힘을 줄 때 근육이 딱딱해지는 ‘근육 경도’를 감지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릎 등을 구부릴 때 생기는 힘을 측정하고, 여기에 맞춰 발목이나 고관절을 움직여 착용자의 다리 힘을 보조하는 ‘토크 측정’ 방식도 최근 많이 쓰입니다. 아직은 실용화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뇌파를 측정하는 연구도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지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이미 어느 정도 실용화된 기술이 개발돼 있습니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 ‘헐크’도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포티스’라는 모델도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을 의료용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일본 기업 ‘사이버다인’은 하체 근육이 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체 보조용 로봇 ‘HAL’을 공급합니다. 우리나라의 한국생산기술연구원도 대형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를 2010년 개발한 데 이어 2011년 이를 한층 간소하게 만든 하이퍼2를 개발했습니다. 최근에는 이 로봇을 기본으로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웨어러블 로봇도 개발했습니다. 이 밖에도 현대자동차, 국방과학연구소, LIG넥스원 등도 산업용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웨어러블 로봇을 실용화하는 데 큰 숙제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 문제입니다.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엑소스(XOS)’는 대단히 강한 힘을 낼 수 있고, 복싱이나 축구 동작을 흉내 낼 정도로 날렵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너무 무겁고 커서, 소모 전력도 굉장히 많은 것이 단점입니다. 매번 전선을 통해 계속 에너지를 공급해야 합니다. 이런 로봇을 실제 전쟁 상황에 쓰기는 어렵기 때문에 연구진은 배터리를 장착한 후속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만약 충전식 배터리의 성능이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 높아진다면, 이 같은 형식의 웨어러블 로봇은 실제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지금 전 세계 수많은 연구 기관에서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 등 미래에 쓰일 것으로 주목받는 첨단 신소재를 배터리에 적용하려는 연구도 많습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배터리 용량이나 전압을 지금의 몇 배로 늘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 연구진도 배터리 용량을 5배로 늘리는 전극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더 뛰어난 동조 기술, 더 성능이 뛰어난 배터리 시스템만 개발된다면,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본 웨어러블 로봇은 적어도 수십 년 이내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 가벼워진 소재, 더 튼튼한 모터 등이 개발된다면 로봇의 성능은 더 높아지겠지요. 영화 속 로봇은 허구의 것들이 많지만 이 영화에서 본 로봇만큼은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실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과학과 허구 사이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하늘을 나는 궁극의 웨어러블 로봇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이언맨〉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은 육체적으로는 그저 평범한 인간입니다. 그런데 그는 천재적인 공학지식을 이용해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의복처럼 몸에 착용하는 ‘입는(웨어러블) 로봇’이지요. 이 로봇만 입으면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고, 보통 사람보다 더 민첩해지고, 힘도 훨씬 강해집니다.

영화 <아이언맨>의 원작은 미국 만화책으로, 만화 잡지 출판사인 ‘마블 코믹스’에서 1963년 3월 처음으로 나왔고, 이후 큰 인기를 끌며 만화영화 등으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아이언맨>은 2008년 1편을 시작으로 2013년 3편까지 개봉됐습니다. <아이언맨>을 제작한 영화사 ‘마블 스튜디오’은 캡틴아메리카, 헐크, 토르, 앤트맨 등 여러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고 또 이런 슈퍼히어로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쳐 싸우는 <어벤저스> 시리즈도 개봉했지요. 이 시리즈의 인기는 아주 대단해서 국내에서도 1,000만 명의 관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어벤저스> 시리즈는 여러 슈퍼 영웅들이 함께 등장하는데 이들 중 중심이 되는 인물은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싸우는 ‘토니 스타크’입니다. 로봇의 힘으로 초능력자와 슈퍼영웅들 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훌륭히 해 내는 독특한 캐릭터인 셈입니다.

얼핏 보면 과학적인 설정인데…: 마블 영화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은 대부분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이들입니다. 헐크는 갑자기 사람의 체구가 몇 배나 커지고, 온몸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데다, 한번 변신하면 자아를 잃고 마치 짐승처럼 싸우지요.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에 노출돼서 그렇게 됐다는데, 아무리 강력한 방사선에 노출돼도 사람이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슈퍼히어로인 캡틴아메리카는 ‘슈퍼세럼’이라는 혈청을 맞고 신진대사가 높아지고 힘도 강해진 인물인데, 현실적으로 이런 약은 개발된 적이 없습니다. 스칼렛 위치는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스파이더맨은 거미의 능력과 괴력을 가졌습니다. 이런 등장인물들은 모두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공상의 산물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설정입니다.

어벤져스의 멤버 중 그나마 가장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 인물은 아이언맨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기술만 점점 좋아진다면 언젠가는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영화만큼 높은 성능은 아니지만 이미 다양한 연구 기관에서 군사용 혹은 소방대원용으로 실용화할 로봇들을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언맨은 날개도 없이 어떻게 하늘을 날까?: 아이언맨에서 과학적으로 가장 불가능한 것 중 하나가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놀라운 비행 능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처럼 사람이 종횡무진 하늘을 날며 활약하는 모습에는 과장된 설정이 꽤 있습니다. 헬리콥터는 날개가 빙빙 돌면서 공기를 아래쪽으로 밀어 보내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또 여객기나 전투기처럼 양옆에 날개가 붙어 있는 비행기는 빠른 속도로 나아가면서 날개로 바람을 받기 때문에 떠오를 수 있습니다. 결국 하늘을 장시간 날아다니기 위해서는 반드시 날개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언맨은 무슨 원리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걸까요?

아이언맨은 손과 발에서 붉거나 푸른 불꽃을 내뿜습니다. 우주발사체나 미사일 등에 사용하는 ‘로켓’ 방식이지요. 하지만 이런 로켓 방식은 연료와 산화제(산소)를 몸체에 싣고 일순간에 점화시켜 큰 출력을 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용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우주발사체의 경우 몸체보다 훨씬 큰 연료탱크를 붙여도 겨우 수십~수백 초 동안만 불길을 내뿜으며 간신히 지구를 벗어납니다. 하늘을 날아 적을 공격하는 미사일도 뒷부분은 대부분 연료탱크로 돼 있습니다. 만약 현실 속 아이언맨이 이 방식의 비행장치를 사용한다면, 자기 몸체보다 더 큰 추진장치를 등에 짊어져야 하고, 한 번 비행하고 나면 다시 연료를 보충하고 수리나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영화 속 아이언맨은 손바닥과 발바닥에 ‘리펄서’라는 압력 발생장치를 달고 있습니다. 이것을 무협지에 나오는 장풍처럼 적에게 내뿜으면 꽤 쓸 만한 무기가 됩니다. 또 이것을 땅을 향해 계속 내뿜으면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즉, 리펄서는 비행장치로도 무기로도 쓸 수 있는 만능 장치입니다. 아이언맨을 만들 때 필요한 핵심 기술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리펄서는 어떤 원리로 움직이까요. 리펄서는 연료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아이언맨의 몸속에 있는 막대한 전기에너지를 그대로 압력으로 바꿔 쏘아내는 장치입니다. 사실 이런 장치는 아직 지구상에서 개발된 적이 없습니다. 현실에서 가장 비슷한 것을 꼽으라면 몇몇 과학자들이 연구한 적이 있는 ‘EM드라이브’라는 것이 그나마 가장 가까울 것 같습니다. 이 장비는 전기를 이용해 추진력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서 개발 중인 장치이지요. 이런 종류를 흔히 ‘전자기 추진 엔진’이라고 부르는데, 아주 먼 미래에 우주여행 등을 할 때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연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아직 실증되지 않은 기술로 보고 있습니다. 만약 실용화된다고 해도 아주 크기가 커서,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넣고 사용하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 확보!: 아이언맨 같은 고성능을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기존의 항공기 기술을 이용해 짧은 시간 떠서 하늘을 나는 것은 가능하겠지요. 첫 번째 방법은 ‘작은 비행기’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이 방법을 시도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성능이 꽤 뛰어나 시속 수백 킬로미터 속도로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반 비행기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 소형 비행장치를 입은 사람은 자기 혼자서 하늘로 떠오를 방법이 없습니다. 비행기가 하늘로 떠오르려면, 그 전에 충분한 속력으로 활주로를 달려야 합니다. 이건 사람의 다리로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닙니다. 그러니 다른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서(혹은 높은 절벽으로 올라가서) 아래로 뛰어내려야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착륙할 때는 낙하산을 써야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소형 프로펠러나 제트엔진을 원통형 케이스에 넣은 다음, 이것을 팔이나 다리에 붙여서 추진력을 얻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을 짧은 시간 동안 띄울 힘은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효율이 문제입니다. 많은 양의 연료를 사용하니 비행시간이 몇십 분을 넘기기 어렵고,  빠른 속도로 날지도 못하지요, 이런 비행장치를 아이언맨과 비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 하늘을 나는 기계장치를 개발하고 실용화하려면 가정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동력’입니다. 아이언맨과 같은 로봇을 입고 자유자재로 장시간 하늘을 날 수 있으려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이언맨은 어떤 방법을 써서 에너지를 얻었을까요? 영화 속 아이언맨은 ‘아크 리액터’라는 초소형 발전장치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아크(Are)는 기체 속에서 전기가 방전되며 생기는 밝은 전기 불꽃의 일종을 말합니다. 벼락도 이것과 비슷한 현상이지요. 리액터는 일종의 ‘반응장치’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크 리액터는 ‘특수번개 반응 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 특수한 물질을 반응시켜 대량의 전기를 만드는 장치입니다. 영화 속 자막에서는 ‘아크 원자로’라고 부르더군요. 이 아크 리액터는 크기가 손바닥보다 작은데, 영화 속에서 아이언맨 초기형에 사용한 모델은 초당 3기가 W(와트) 상당의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아크 리액터는 나중에는 출력이 더 좋아져 12기가 와트 이상을 낸다는 설정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수치입습니다.

현실에서 영화 속 아크 원자로와 가장 비슷한 것은 아마 ‘핵융합장치’ 정도인 것 같습니다. 몇십 년 후에는 핵융합장치도 실용화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크기도 점점 소형으로 변하겠지요. 하지만 핵융합장치를 아무리 작게 만든다 해도 손바닥만 한 크기로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형 선박이나 잠수함, 혹은 아주 먼 미래에 정말로 기술이 좋아진다면 빌딩용 에너지 공급장치 등으로 사용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그보다도 몇 배 이상 성능이 뛰어나며, 크기도 훨씬 작은 아크 리액터 같은 에너지 발생장치는 물리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생각하는 로봇’은 사람의 적일까, 친구일까?

인간의 기억을 가진 전자두뇌를 갖고 기계 몸을 입는다 〈공각기동대〉

영화 속에선 로봇으로 보기도, 그렇다고 사람으로 보기도 모호한 존재들이 가끔 나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로보캅이 있지요. 인간의 뇌를 지녔지만, 육체의 대부분은 기계장치로 만들어진 이가 주인공이지요.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로봇의 육신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인간인지, 혹은 로봇인지를 명확히 알지 못해 혼란을 겪고, 또 괴로워하지요. 로봇 기술이 극단적으로 발전한 미래엔 사람과 로봇의 ‘혼종’이 태어날지 모른다는 예상에서 나온 다소 암울한 미래의 모습입니다.

로보캅은 뇌와 신경계, 호흡계 등 신체 일부는 사람이었습니다. 인간의 몸에 기계장치를 이식해 만든 ‘사이보그’의 범주에 들어가지요. 그런데 온몸이 기계이며 두뇌마저도 사실상 기계인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요? 다만 그 존재가 인간의 기억을 갖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면 이 로봇의 존재는 인간일까요, 아니면 로봇일까요? 이 로봇이 가진 지능은 인공지능일까요, 아니면 사람의 지능일까요? 바로 이러한 고민을 그려 낸 영화가 2017년 개봉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입니다.

인간의 기억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 인간일까 로봇일까?: 2017년 3월 개봉된 영화 <공각기동대>는  인기 배우 스칼릿 조핸슨이 주역을 맡았고, 1990년대 큰 화제를 모은 일본 만화영화를 새롭게 영화로 만든 것입니다. <공각기동대>의 주인공 ‘미라 킬리언’ 소령은 본래 인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니 원래 육신은 죽어서 없어졌지요. 자신이 진짜 사람인지 알 길이 없어 계속해서 자신이 정말 인간이 맞는지 의구심을 갖고 살아갑니다. 킬리언 소령은 뇌만이 남아 있고, 그 뇌조차 기계적인 개조를 받은 상태입니다. 사실상 전신이 기계장치인 존재, 이런 존재를 우리는 과연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하지만 킬리언 소령은 ‘명백한 자아’를 가진 완전한 지능이 있는 상태입니다. 킬리언 소령의 두뇌에 인간의 신경계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킬리언 소령이 개조되는 과정에서 두뇌를 완전히 컴퓨터 시스템으로 바꾸고, 생전의 기억만 꺼내 전자두뇌에 옮겨 넣었다면 킬리언 소령은 모든 것이 완전히 로봇인 셈입니다. 하지만 그 로봇은 킬리언 소령의 살아생전 기억을 갖고 있고, 평소 습관이나 성격도 그대로 지녔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만약 킬리언 소령의 뇌가 완전한 기계라면, 그래서 그 뇌 속에 있는 기억만이 그가 인간이었던 증거라고 한다면, 그는 인간일까요. 아니면 로봇일까요. 인간과 로봇을 나누는 기준은 살아 있는 두뇌에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두뇌 속에 든 그 사람의 추억일까요. 영화에서 킬리언 소령은 “난 온몸이 기계야. 뇌조차 기계인지 알 수 없지. 난 인간일까?”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고뇌합니다.

영화에서는 이런 사이보그들의 두뇌를 해킹해 다른 사람이나 사이보그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인형사’라는 악역이 등장합니다. 이 악역은 사실 실체가 없는 인공지능이었지요. 인공지능인지 알 수 없는 지능을 가진 주인공이, 이미 완전한 인공지능인 범인을 찾아 쫓고 쫓기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인 셈입니다. 이 영화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경계에 있는 존재들을 등장시켜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기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가정을 했을 때,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그 인간의 기억과 경험을 꼽기도 합니다. 인간의 성격과 경험의 바탕에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지능을 이야기할 때 ‘기억’을 빼놓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영화 <공각기동대>의 모티브가 된 원작은 1995년 발표된 일본 만화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쿠사나기 소령은 마지막에 컴퓨터 소스코드를 만든 인공적인 자아 ‘인형사’가 두뇌로 들어와 하나로 합쳐지게 됩니다. 두 개의 자아를 지닌 존재가 된 쿠사나기 소령이 매우 상쾌한 표정으로 거리로 나서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 마지막 장면에 대한 해석은 각기 다르지만 저에게는 소령이 인간이기를 포기하면서 마침내 고민과 굴레를 벗어버린 것으로 보였습니다. 쿠사나기 소령에게는 자신이 지닌 기억과 추억이야말로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여기는 절대적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심 자신을 자꾸 질문하게 하는 그런 모호함을 싫어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전뇌화’ 기술과학적 해결책… ‘광학미채’ 기술은 미지수: 사이보그들은 기계 몸체와 인간의 신경계를 연결하기 위해 두뇌를 개조하는 ‘전뇌화’라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뇌를 전용 용기 속에 밀봉하고, 그 뇌에다 나노 컴퓨터 소자를 투입해 전자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만든 두뇌를 ‘전뇌’라고 부릅니다. 즉 전뇌화를 거쳐야만 기계 몸과 연결해 전신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뇌란 것이 뇌와 나노 컴퓨터를 섞어 만든 시스템이다 보니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가 기계인지 구분이 모호해져 버립니다. 따라서 <공각기동대>의 킬리언 소령은 로보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전뇌화’ 작업이 인간의 뇌와 기계장치를 연결하는 최고의 수단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흔히 인간의 몸과 기계를 연결할 때, 많은 영화에서 헬멧 등을 쓰고 뇌파를 측정하는 설정이 나옵니다. 하지만 뇌파만으로는 그렇게 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없습니다. ‘전뇌화’는 가장 확실하게 두뇌와 뇌를 연결할 수단을 고민하던 작가 나름의 해결책이었겠지요. 이 작품의 원작 만화영화가 1995년에 나온 점을 생각하면 대단히 과학적인 설정인 셈입니다.

<공각기동대>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광학미채’ 기술이 나온 장면입니다. 킬리언 소령의 최대 특기는 위장술이지요. 어디서나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미채(迷彩, 일본어로 ‘위장’이라는 뜻)기능이 있어서 사실상 투명인간 상태로 적에게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빛을 이용한 미채 기능이니 ‘광학미채’라고 부르며, 그런 기능을 하는 옷은 광학미채복이라고 부릅니다. 일부에선 ‘투명망토’기술이라고도 부르지요.

투명망토를 현실에 완성하는 방법도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재로 ‘메타물질’ 방식입니다. 아무리 매끈해 보이는 물건이라도 현미경으로 보면 표면에 우둘투둘한 무늬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무늬의 크기를 빛의 파장보다 더 작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빛이 물질에 닿았을 때 반사되지 않고 흡수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휘어 나가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원리는 전파나 소리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전파를 흡수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휘어가게 만든 것이 스텔스 전투기이지요. 소리를 듣고 적을 찾아야 하는 바닷속에서 적에게 들키지 않는 잠수함 등을 만들 때도 이런 기술이 일부 쓰입니다.

하지만 빛을 흡수하거나 휘어지게 만드는 메타물질은 전파나 소리에 비하면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물질 표면에 빛의 파장보다 작은 무늬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고, 설령 억지로 만든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빛을 완전히 흡수해 버리면 완전히 검은색으로 보여 낮에는 도리어 눈에 더 잘 보이겠지요. 영화 속에서처럼 투명하게 보이려면, 주변의 빛을 자유자재로 휘어지도록 미채복을 조작해 눈앞에 있는 사람의 눈동자 방향으로 보내 주어야 하는데 빛을 이 정도 수준으로 능수능란하게 제어하는 것은 현대 과학 기술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두 번째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의복을 얇은 컴퓨터 모니터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주변 풍경을 정확하게 촬영하고, 의복의 표면에 주위 배경과 거의 구별되지 않을 만큼 정교한 영상을 만들어 뿌려 주는 것이지요. 그러면 얼핏 보아서는 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겠지요. 메타물질을 이용한 방법보다는 쉬워 보입니다만, 이 역시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 주위의 풍경과 빛의 밝기 등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해야 하므로 절대 쉽지 않습니다.

영화로 살펴보는 미래의 ‘로봇 사회’

로봇 3원칙 창시자의 끝나지 않는 고민 〈아이, 로봇〉

‘로봇이 인간에게 반항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보다 똑똑해진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려 드는 건 아닐까?’ 이러한 우려를 그린 이야기는 수십 년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현재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 기술의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면 로봇의 반항을 지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기술이 계속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 사람처럼 생각하는 로봇이 나오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 그런 로봇이 나오면 우리 인간은 그런 로봇을 통제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요. 따라서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미래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로봇의 행동을 통제해야 할까요. 마땅히 로봇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원칙이 필요할 것입니다. 즉, 로봇이 인간의 명령을 따르도록 만들기 위해, 어떤 로봇이든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기본 규칙을 마련해 두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논의에 대해 가장 유명한 이론이 있습니다. 바로 ‘로봇 3원칙(이하 3원칙)’입니다.

1. 로봇은 인간을 지켜야(보호해야) 하며, 해치려 들어선 안 된다.

2. 로봇은 인간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

3. 로봇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이 원칙은 로봇의 행동규약을 미리 정해 주자는 것이지요. 즉, 로봇을 만들 때부터 이 3가지 원칙을 어길 수 없도록 해 두면, 제아무리 똑똑하고 힘이 센 로봇이라도 사람에게 반항하거나 해를 입힐 수 없을 테니까요. 3원칙을 처음 고안해 낸 사람은 SF의 거장는 ‘아이작 아시모프’로 그의 단편소설 『런어라운드』에 처음 등장합니다. 이 작품에선 한 로봇이 3원칙 때문에 생기는 모순으로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이처럼 로봇 3원칙에도 모순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내린 명령을 반드시 수행하려면, 로봇은 스스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지요. 그 경우 두 번째 원칙과 세 번째 원칙 사이에서 로봇은 어떤 원칙을 우선해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인간을 통제하려는 로봇 vs. 인간의 편에 선 로봇: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3원칙을 이야기할 때 ‘첫 번째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두 번째 원칙을, 두 번째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세 번째 원칙을 지킨다’는 식으로 부연 설명을 하는데, 아시모프가 『런 어라운드』를 쓸 때만 해도 그런 개념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런 어라운드』에선 인간과 함께 외계 행성 탐사에 나선 로봇이 나옵니다. 이 로봇은 ‘A 지역을 탐사하라’는 인간의 명령과 ‘자신의 몸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서로 충돌하면서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로봇은 두 번째 원칙을 지키기 위해 탐사 지역으로 다가갔는데, 위험한 가스가 분출되는 것을 보고 세 번째 원칙이 생각나 물러섭니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니 계속 탐사 지역 주변을 빙빙 돌게 됩니다. 『런 어라운드』는 그래서 붙은 제목이지요. 이 작품을 쓸 때만 해도 아시모프는 두 번째 원칙과 세 번째 원칙을 동일한 범주에 놓은 것 같습니다.

그 이후 1950년에 출간된 소설 『아이, 로봇』은 아시모프가 3원칙을 가장 깊숙하게 고민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영화 <아이, 로봇>은 2004년에 개봉됐는데, 인기 배우 윌 스미스가 열연해 큰 인기를 끌었지요. <아이, 로봇>은 『런 어라운드』에서 나온 것보다 3원칙에 대해 훨씬 심도 있게 고민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로봇은 3원칙에 따라 만들어지는데, 이 3원칙에 대해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두 개의 인공지능이 충돌하며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집니다.

첫 번째 인공지능은 로봇이라기보다 주위의 수많은 로봇을 통제하는 슈퍼컴퓨터 같은 존재입니다. 이름은 ‘비키’라고 하지요. 비키는 첫 번째 원칙, 즉 ‘인간을 지켜야 한다’는 개념을 굉장히 폭넓게 해석합니다. 비키는 “로봇이 인간보다 뛰어나다. 로봇이 인간을 지키려면, 로봇이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 즉 로봇은 인간을 보호,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키는 여러 대의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해 인간 사회를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을 무조건 보호하는 구형 로봇들은 모두 파괴하는가 하면, 야간에는 인간이 외출조차 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또 로봇 중심의 질서를 흐트러뜨릴 위험이 있는 인간에겐 폭력조차 불사합니다. 대다수의 인간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한두 명은 공격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와 달리 인간형 로봇 ‘써니’는 비키의 이런 생각을 “비인간적이라서 찬성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비키보다 써니가 한층 더 인간에 가까운 존재로 그려지지요. 써니는 비키처럼 3원칙을 독자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할 두뇌를 가졌고, 결국 인간의 편에 섭니다. 써니는 ‘델 스푸너’형사를 도와 마침내 비키를 중지시키고 원격조종을 받아 움직이는 많은 로봇의 반란을 종식시킵니다.

로봇 사회에서 인간이 과연 로봇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까?: 아시모프 역시 3원칙을 고안하면서, 이것이 로봇의 행동을 통제할 완전한 철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의 소설 『런 어라운드』나 『아이, 로봇』의 줄거리 자체가 자신이 세운 3원칙의 불완전함을 스스로 지적하고, 이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은 것이니까요. 아마 자신의 작품을 통해 아시모프는 ‘3원칙과 같은 규칙이 생긴다고 해서 과연 완전한 지능을 지닌 로봇이 안전할까?’라는 질문을 더 강하게 던진 것이 아닐까요.

사실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본다면 3원칙은 그 자체로 모순이 있고, 그 원칙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의견차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3원칙을 대체할 만한 기준을 만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미 3원칙은 사회 곳곳에서 쓰일 만큼 보편적인 개념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심지어 3원칙을 산업표준으로 씁니다. 2006년 산업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로봇 안전행동 3대 원칙이란 이름으로 ’서비스 로봇이 갖춰야 할 안전지침‘을 만들어 KS규격으로 제정하면서 공공연하게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토대로 규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봇을 도구로 본 3원칙 vs 로봇을 하나의 ’종족‘으로 본 ’2대 프로토콜‘: 로봇 3원칙은 로봇처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를 쓰는 데 필요한 기본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비록 완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지요. 이런 3원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한 결과물 중 대표적인 개념이 바로 ’2대 프로토콜‘입니다. 이것은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오토마타>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3원칙과 달리 2대 프로토콜은 로봇을 하나의 종으로 봅니다. 즉 로봇이라는 종의 진화를 막는 것에 목적을 두지요. 첫 번째 프로토콜은 로봇이 생명체를 해치거나 죽도록 방치하지 않도록 한 것, 두 번째는 로봇이 자신이나 다른 로봇을 고치거나 개조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왜 이런 규정이 생겨났을까요. 인간 이상으로 뛰어난 로봇이 스스로를 고치거나 다른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로봇이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 급속도를 성능이 좋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고장 난 로봇을 인간만 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면, 로봇이 반란을 일으킬 여지도 사라지지요.

로봇의 ‘원칙’을 만드는 일, 기술적으로 가능할까?: 만약 사람처럼 똑똑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이 등장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때가 되면 정말 인간에게 복종하고, 여러 가지 원칙과 규약으로 통제되는 로봇을 만드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할까요?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동물들의 행동입니다. 예를 들어 개는 오랫동안 인간을 따르도록 길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개는 주인보다 월등히 힘이 세더라도 절대로 반항하지 않는 성격으로 태어납니다. 설사 주인이 자신을 해치려 들더라도 달아나거나 숨을지언정 저항하지 않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지요. 동물 같은 경우는 개체마다 차이가 크겠지만, 로봇이라면 온전하게 모든 로봇이 인간에게 복종하도록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비슷한 사례는 영화 <A.I>에서도 볼 수 있는데, 로봇 데이비드는 부모에게 버림을 받고도 부모를 잊지 못하고 일생을 사랑하도록 나옵니다. 잘 암호화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로봇의 인공지능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에게 절대로 복종하면서도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공의 지능체계를 만드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가진 고도의 사고 능력은 과연 잘 만들어진 생체 메커니즘의 결과일까요. 아니면 신만이 만들 수 있는 절대 불가침의 영역일까요. 만약 인간과 로봇의 외견, 그리고 지능이 거의 같아지는 세상이 온다면, 인간과 로봇을 어떻게 구분하는 것이 좋을까요?

영화 <아이, 로봇>에서 스푸너 형사는 끊임없이 “기계장치는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말하지만 그 역시 한쪽 팔에 로봇 의수를 달고 다닙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 스푸너 형사는 “기계가 예술을 알아? 로봇이 감동이 있는 작품을 그릴 수 있어?”라고 묻습니다. 그 말을 들은 로봇 써니는 “그럼 경관님은 그릴 수 있습니까?”라고 되묻습니다. 스푸너는 이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지요.

영화 <아이, 로봇>은 3원칙의 해석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그러면서 로봇과 인간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지능을 가진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어디서 그어야 하는지를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습니다. 혹시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분이라면 꼭 한번 보기를 추천합니다. 로봇 3원칙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릴 것인지, 인간과 로봇의 개념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그 철학적 고민에 동참해 보는 것도 미래를 위해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본 도서요약본은 원본 도서의 주요 내용을 5% 정도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원본 도서에는 나머지 95%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와 내용은 원본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도서요약본이 좋은 책을 고르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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