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미디어숲 / 2021년 5월 / 256쪽 / 15,800원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강성호 지음

저자 소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국제개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금융위원회 서기관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인터넷이라 불리는 네트워크 세상에 연결되어 살고 있다. 네트워크 기술은 이미 지난 30년간 우리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네트워크가 촉발하는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 책은 이미 네트워크 경제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습과 변화의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경제가 전통 경제와는 어떻게 다른지,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새로운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이들은 기존의 기득권자들과 대립할 수밖에 없는지, 정보와 데이터가 우리 경제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

책소개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네트워크 경제 안내서다. 저자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경제가 전통 경제와는 어떻게 다른지,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새로운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이들은 기존의 기득권자들과 대립하는지, 정보와 데이터가 우리 경제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식견을 넓혀 주고 우리 사회의 미래와 흐름을 예측하도록 도와준다.

요약본 본문


변화를 몰고 올 네트워크 경제


우리 사회를 바꾸어 온 정보혁명

인류 최초의 정보혁명, 글자: 
기원전 3000년경 ‘문자’를 발명한 인류는 큰 변화를 겪는다. ‘문자’는 인류가 맞이한 첫 번째 ‘정보혁명’이었다. 문자는 사람들 간 소통의 방식과 깊이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단순한 약속은 복잡한 계약으로 진화했다. 또 문자를 통한 ‘기록’이 가능해져 정보의 축적과 확산도 가능해졌다. 문자가 낳은 첫 번째 정보혁명은 인류에게 문명(文明)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중세사회를 붕괴시킨 두 번째 정보혁명: 
두 번째 정보혁명은 15세기 유럽에서 일어났다. 오늘날 독일에 해당하는 신성로마제국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는 1450년 대량 ‘활판인쇄술’을 발명하는데, ‘인쇄술’이 촉발한 두 번째 정보 혁명은 우리 인류 사회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인쇄술로 인해 소수에게만 독점되던 정보가 대량생산, 대량소비 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참고로 중세시대가 유지되었던 원동력은 교회의 『성경』 독점이었는데, 인쇄술은 교회가 정보를 독점하는 구조를 완전히 깨뜨려버렸다. 『성경』이 대중화되자 교회의 성경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독일의 젊은 수도사제였던 루터도 그중 하나였다. 이는 중세사회를 무너뜨리는 종교혁명으로 이어졌다. 종교 분야뿐만 아니라 과학, 예술, 인문 등 모든 영역에서도 기존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나타났다. 인쇄술이라는 두 번째 정보혁명이 중세사회의 기득권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세 번째 정보혁명, ‘네트워크’는 무엇을 무너뜨릴까: 
세 번째 정보혁명은 20세기 끝자락에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네트워크’ 기술이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이 네트워크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며 지구 전체를 덮어 버렸다. 네트워크 기술이 등장한 지난 30년 동안 우리의 삶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일을 하는 방식, 소비하는 방식, 친구들과 대화하는 방식을 바꾼 것은 물론이고, 우리가 ‘공감’하는 방식과 ‘권력’을 만들어내는 방식까지도 바꾸었다. 네트워크가 촉발한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새로운 질서 속에서 권력도 이동할 것이다.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경제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원리로 움직이며, 그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한 자들이 새로운 권력집단으로 부상할 것이다.

네트워크 경제와 플랫폼(platform) 기업

정보혁명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공간: 
기차나 지하철을 타는 장소를 우리는 플랫폼이라 부르는데, 오랫동안 플랫폼은 사람들 간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플랫폼 하면 기차역보다는 ‘인터넷 공간’이 먼저 떠오른다. 바로 카카오, 네이버, 쿠팡 같은 기업들인데, 이들을 ‘플랫폼 기업’이라고 부른다. 이 기업들도 기차역의 플랫폼과 같이 ‘만남’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만남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연결’이다. 플랫폼은 사용자와 사용자를 연결한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구들과 연결되고, 그들과 일상을 공유한다. 플랫폼 기업은 친구 외에도 여러 사람과 우리를 연결하기도 한다. 네이버는 나와 언론사를 연결한다. 쿠팡은 나와 판매자를 연결한다. 에어비엔비는 나와 숙박 제공업체를 연결한다. 이들은 소비자와의 연결이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연결이다. 신용카드사도 일종의 플랫폼이다. 소비자를 상점과 연결시키기 때문이다. 결혼중개회사 역시 남자와 여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이처럼 플랫폼은 전혀 다른 두 시장을 연결하는 도구다. 소비자와 판매자라는 전혀 다른 두 경제주체를 연결하는 기능 때문에 플랫폼을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 일컫는다. 플랫폼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서로 다른 시장이 하나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플랫폼은 서로 다른 고객집단, 즉 양면시장이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도구다.

양면시장이 성립하는 이유는 두 경제주체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를 원하고, 여자는 남자를 원하기 때문에 결혼 중개라는 플랫폼이 존재한다. 쿠팡도 마찬가지다. 구매자가 없는데 판매자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신용카드회사도 동일하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많아야 신용카드 사용자도 많아진다. 즉, 양쪽의 시장 규모가 적당해야 양쪽의 시장참여자들은 플랫폼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는 두 시장은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을 한다. 한쪽 시장의 고객이 충분히 커져야, 반대쪽 시장의 고객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시장과 시장이 상호작용을 하며 더 높은 혜택을 보는 구조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시장의 고객들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을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이라고 일컫는다. 집단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의미다.

전통 경제학 이론과는 다른 작동원리: 
플랫폼 경제는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례로 ‘가격’이 있는데, 우리는 인터넷에서 공짜를 당연하게 여긴다. 네이버, 카카오톡, 유튜브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공짜 서비스들이다. 왜 이 인터넷 서비스들은 공짜일까? 양면시장의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 때문이다. 카카오톡이 공짜로 카카오톡 서비스를 제공하여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만 하면, 광고주들은 저절로 몰려든다. 카카오톡은 공짜 서비스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후, 사용료는 반대편에 있는 광고주들에게 부담을 시키는 구조다. 신용카드도 마찬가지 구조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책정된다. 소비자들이 누리는 혜택이 크면 더 비싼 가격이 부과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들은 전통적인 수요-공급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한쪽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심지어는 음(-)의 가격을 부과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능한 한 많은 사용자를 끌어 모으는 전략이 우선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쪽의 고객을 끌어 모으고, 비용을 모조리 부담시킨다. 따라서 양면시장에서는 돈을 내는 쪽(money side)과 혜택을 받는(subsidy side) 쪽이 다르다. 카카오톡의 사례에서는 광고업체들이 돈을 내는 쪽이고, 일반 메신저 서비스 사용자들은 혜택을 받는 쪽이다.

공짜 점심이 존재하는 플랫폼 경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밀턴 프리드먼이 즐겨 쓰던 격언이다. 경제기사에 수시로 등장하는 이 표현은 서부 개척 시대의 한 술집에서 유래했다. 당시 어느 술집에서는 술을 마시면 점심 식사를 공짜로 제공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집의 술값은 다른 가게보다 비쌌다. 즉,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술값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파생된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격언은 어떤 일에는 항상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네트워크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있다. 앞서 말한 카카오톡 같은 사례다. 양면시장에서는 비용을 지불하는 쪽과 혜택을 보는 쪽이 다르기 때문에 혜택을 보는 쪽은 거의 비용이 들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혜택을 보는 쪽이 받는 돈을 ‘교차 보조금’이라고 한다. 양면시장은 다른 누군가가 나 대신 사용료(교차 보조금)를 내고 있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다. 한편 보조금을 주는 교차 보조 방식은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유형은 ‘공짜 미끼’다.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는 월정액 이용자를 확대하기 위해 회원가입 시 1개월 무료 서비스를 제공했다(2021년 4월 무료체험 종료). 그러나 이는 공짜가 아니다. 이 무료 서비스는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조금을 지불하는 셈이다. 서비스를 맛본 미래의 나는 유료회원으로 전환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둘째 유형은 ‘프리미엄’이다. 프리미엄은 기본적인 기능은 무료 서비스로 제공하되 추가 기능이나 고급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할 때는 유료화하는 전략이다. 이 유형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이 유튜브다. 프리미엄 전략도 역시 미래의 내가 나에게 보조금을 주거나, 프리미엄 사용자 집단이 무료 앱 사용자 집단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셋째 유형은 ‘대가성 광고’다. 어느 한쪽의 사용자가 광고를 통해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대화창 위에 광고를 띄우는 카카오톡은 전형적인 사례다.

양면시장 이론을 적용한 최초의 판결: 
경제이론으로서 ‘양면시장 이론’은 최근 경제학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구주제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오랫동안 이 이론이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양면시장 이론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기존의 법질서와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독점을 판단하는 공정거래법 영역은 양면시장 이론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대표적인 분야였다. 양면시장 이론은 서로 다른 두 시장을 하나로 묶어서 취급하자는 것인데, 서로 다른 두 시장을 하나로 묶으면 기업의 독점이나 갑질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양면시장 이론이 공정거래법 판결에 적용된 적이 있다. 2018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양면시장 이론을 독점 여부 판단에 최초로 인용했다. 바로 미국의 아멕스카드사가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해 일종의 ‘갑질’을 했는지를 판단하는 판결에서였다. 당시 후발 주자로서 시장점유율이 낮았던 아멕스카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맹점에 아멕스카드 이외의 카드는 사용하지 말라는 ‘아멕스카드 강제 사용’ 의무를 1990년대 중반부터 부과했고, 이에 미국 법무부는 그것은공정한 경쟁 질서를 위배할 수 있다며 아멕스카드의 마케팅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하나의 카드만을 강요하는 것은 가맹점에 대한 갑질이라는 것이다. 또한 카드 강제 사용 의무는 가맹점들이 다른 신용카드사를 원천적으로 선택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신용카드사 간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미국 법무부는 아멕스카드를 상대로 2010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법무부가 이겼으나 2심에서는 아멕스카드가 이겼다. 하지만 2018년 연방대법원은 5대 4의 차이로 아멕스카드의 손을 들어 주었다. 연방대법원이 아멕스카드의 손을 들어준 근거는 양면시장 이론이었다. 신용카드 시장은 양면시장이기 때문에 카드 소지자와 카드 가맹점을 묶어서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요지였다.

한편 양면시장 이론은 한쪽의 희생을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쪽은 수혜를 누리고 한쪽은 피해를 보는데, 어떻게 이것이 과연 상쇄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 서로 다른 두 주체의 이해득실을 하나로 합쳐서 생각하자는 주장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관점에 기반한다. 그러나 어느 일방에 피해를 전가하고 더 큰 이득을 본 집단이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은 현실에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우리 모두는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네트워크 경제

일상이 된 독점, 우리는 카카오톡 하나면 충분하다: 
양면시장 이론은 네트워크 경제를 이해하는 강력한 프레임을 제공한다. 공짜 서비스가 당연한 현상이 될 수도 있으며, 일부 기업의 독점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다. 따라서 네트워크 경제는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 질서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작동할 때가 많다. 과거의 권력을 빼앗아 새로운 자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과거에는 경제의 핵심 세력이었던 파이프라인 기업(전통적 기업을 플랫폼 기업과 대비하여 일컫는 말)과 정부를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새로이 등장한 네트워크 경제는 전통적인 자본주의 체제와 부딪히는 경우가 생기는데, 무엇보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독점이 일반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메신저 앱으로는 카카오톡 하나면 충분하다. 굳이 라인, 텔레그램, 위챗 등 여러 가지 메신저 앱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다양한 선택지는 우리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경제 전체적 관점에서도 카카오톡 하나만 존재할 때가 바람직하다. 카카오톡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네트워크 경제에서 소비자들이 카카오톡, 유튜브, 구글과 같이 1위 기업의 시장 독점을 환영하는 현상을 발생시킨다.

반대로 자본주의에서는 ‘경쟁’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과거 자본주의 시대에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규모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톡 시장과 같은 네트워크 경제에서 소비자는 더 넓은 선택지를 바라지도 않으며, 경쟁을 통해 떨어뜨릴 가격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승자독식의 경제가 형성되며, 독점기업은 2위기업과의 격차를 크게 벌여놓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네트워크가 경제 권력을 재편하다



경제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다

경제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 
경제 권력이 정치 권력을 압도하는 현상은 외환위기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을 ‘기업사회’라고 하는데, 이는 경제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를 일컫는다. 기업이 사회의 하나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다. 기업사회에서는 기업 이윤 추구가 사회 철학이 되고, 역량 있는 기업이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 모든 조직의 이상형이 된다.

경제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법: 
경제 권력은 자본파업의 가능성을 통해 힘을 휘두른다. 노동자의 본래 역할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면, 자본은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투자하여 공장을 짓고 이윤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자본가들이 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이를 ‘자본파업’이라고 한다. 기업가들이 기존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일종의 자본파업이다. 한편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시키는 오프쇼오링(offshoring)은 자본파업의 전형이다. 우리 자본이 해외에 투자되는 금액을 뜻하는 해외 직접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해진 2018년 이후 눈에 띄게 상승했다.

자본파업은 정부가 가장 두려워한다. 가뜩이나 실업률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국내 일자리가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경제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제조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시행하는데, 우리나라만 기업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는 어렵다. 정부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으며, 결국에는 자본가와 공생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자본파업은 일자리만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자본파업이 발생하면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다. 전통적 제조업의 일자리는 해외로 나가버리는 대신, 그 기업이 빠져나간 빈자리에는 바이오, 게임 등과 같은 신(新)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고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저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즉, 자본파업은 현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 양극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가져온다.

한편 경제 권력은 정치 권력, 언론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법과 제도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도 한다. 정치 권력을 설득하고, 언론을 통해 여론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범과 제도가 한 번 만들어지면, 그 이후에는 좀처럼 바뀌기 어렵다. 사람들은 한번 적응한 제도를 바꾸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참고로 경제 권력에 유리한 제도가 형성되는 현상은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 등은 친기업적 제도가 국제적으로 형성된 예다. 자본의 논리로 국제적 법정을 만들어 민주국가를 심판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플랫폼 경제 시대다

플랫폼 시대에 통하는 비즈니스 전략

플랫폼 산업의 구조에 담긴 비밀: 플랫폼 경제에서 독점은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앞서 설명했다. 하지만 항상 독점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플랫폼 산업도 치열한 경쟁 속에 놓이는 경우가 많은데, 신용카드업이 대표적 예다. 신용카드사는 소비자와 가맹점을 이어주는 전형적인 양면시장 플랫폼 기업이지만,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신용카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현상을 ‘멀티호밍(multi-homing)’이라고 부른다. 여러(multi) 채의 집(home)을 두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멀티호밍이 나타나는 산업에서는 여러 플랫폼이 공존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플랫폼과 플랫폼이 만나 경쟁하는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승자독식이 불가능하다.

멀티호밍 현상은 플랫폼 ‘유지비용’이 낮을 때에 발생한다. 신용카드의 경우 연회비(유지비용)가 매우 저렴하기에 소비자가 여러 카드를 동시에 사용하더라도 부담이 없다. 또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 때 ‘전환비용’이 거의 없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멀티호밍이 쉬운 또 다른 플랫폼 산업에는 쿠팡, 지마켓, 네이버 쇼핑과 같은 쇼핑 플랫폼들이 있다. 소비자는 가격만 착하다면 상관하지 않는다. 여러 사이트에 가입해 가장 가격이 저렴한 플랫폼을 찾아갈 뿐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쇼핑 플랫폼 기업들은 네이버와 쿠팡을 필두로 12~17% 수준의 비슷비슷한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아마존이 독주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38%의 점유율을 차지 - 월마트(5.8%), 이베이(4.5%) -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어떻게 멀티호밍의 성향이 강한 쇼핑 플랫폼 시장에서 지배적인 자리를 차지했을까? 그 비결은 아마존의 ‘차별화된 서비스’에 있다. 철저한 박리다매 전략으로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고,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통해 배송기간도 혁신적으로 단축했다. 무료배송과 ‘묻지마 반송’ 시스템도 일찍부터 구축했다. 고객의 리뷰를 토대로 상품에 대한 신뢰성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도 아마존의 장점이다. 한편 본래부터 멀티호밍이 형성되기 어려운 시장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은 여러 개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통신요금이나 단말기 가격이 부담스럽기도 하거니와, 여러 대의 스마트폰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없다. 멀티호밍이 어렵다는 것은 후발주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 시대에 맞는 경영 전략 노하우: 
기업 경영 전략도 플랫폼 시대를 맞아 변화할 수밖에 없다. 파이프라인 산업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제품을 더 싸게 만들거나(원가절감), 경쟁자와 다르게 만들거나(차별화), 특정 소비자만을 겨냥하는(집중화) 전략이 대세였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더 많은 자본을 끌어와 더 큰 갤럭시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짓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객들의 니즈를 분석하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애플이나 샤오미보다 더 빠르게 출시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플랫폼 경쟁에서 중요한 경영 전략은 소비자들의 ‘멀티 『을 막는 것’이다. 다른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의 상품 구매를 막고, 자사 플랫폼을 통해서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플랫폼 기업들의 최우선 전략이다. 고객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아 독점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무한대로 펼쳐진 플랫폼에서 벌이는 무한 경쟁: 
플랫폼이 개인의 성향을 분석하여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우선 노출시키는 것을 ‘큐레이션(Curation)’이라고 하는데, 오늘날 플랫폼 기업에서 큐레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이는 플랫폼의 특성 때문이다. 플랫폼은 다양한 판매자를 수용한다. 판매자가 많아져야 소비자도 덩달아 많아지는 교차 네트워크 외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은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두지 않는다. 이마트는 까다롭게 상품을 선별해 판매하지만, 쿠팡에서는 누구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수많은 판매자가 플랫폼에 모여들고, 천차만별 다양한 상품들이 거래된다. 플랫폼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는 무한대에 가깝다. 이러한 상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정확하고 빠르게 제공하고, 구매한 물건을 얼마나 신속하게 배달하느냐의 문제는 플랫폼 기업의 중요한 역량이 된다.

때로는 기업이 가진 큐레이션 역량이 플랫폼 기업 간 경쟁의 판도를 바꾸기도 한다. 구글은 큐레이션 역량만으로 전 세계 검색시장을 정복했다. 야후(Yahoo), 라이코스(Lycos)가 지배하던 검색시장에 후발주자로 구글이 등장했지만, 현재는 전 세계 검색량의 90%를 차지하는 거대 공룡이 되었다. 구글의 성공비법은 ‘검색 역량’이다.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사용자가 원하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찾아 보여준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검색어가 포함된 웹페이지를 찾아내는 작업은 어렵지 않지만, 수많은 페이지 중 어떤 페이지를 상단에 노출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가장 적절하고 신뢰성 있는 웹페이지를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구글이 웹사이트를 큐레이션하는 비결은 바로 ‘링크’에 있다. 링크는 특정 웹페이지로 바로 넘어가기 위한 주소를 말한다. 구글은 특정 웹페이지를 가리키고 있는 링크가 많다면, 그 웹페이지는 신뢰도 높은 정보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참고로 많은 페이지에 인용될수록 신뢰성을 부여하는 검색어 처리방식을 ‘페이지랭크(Page Rank)’ 알고리즘이라 하는데 구글은 이를 활용했다. 그리고 링크가 많이 걸려 있는 순서대로 검색 결과를 큐레이팅해 이용자에게 제공했다. 이 방식은 보기 좋게 먹혀들었다. 정확도에 승부를 건 구글은 수많은 데이터 중 정확한 정보를 골라내어 배달하는 큐레이션 역량을 통해 후발주자이지만 검색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네트워크가 만드는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



플랫폼 기업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가 맞닥뜨린 문제: 
네트워크가 촉발하는 변화가 두렵다고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미래를 향해 출발했고, 너무 많이 와버렸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가 등장한다면, 이 사회가 인류에게 던지는 새로운 과제들도 등장할 것이다.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다. 이 질문들은 머지않은 미래 사회에 우리 인류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① 네트워크가 낳은 새로운 권력(예. 플랫폼 기업)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② 노동력이 인공지능과 기계로 대체된다면, 인간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③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불평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④ 중앙집권화된 기관이 필요 없어진다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⑤ 시장의 역할이 사라지면 금융의 기능은 누가 수행할 것인가? 자동차가 등장하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통법규가 제정되었듯이, 네트워크 시대에도 새롭게 등장할 위험요인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플랫폼과 산업을 분리한다면: 
금융에는 ‘금산분리’라는 규제가 있다. 금융회사와 일반 산업을 분리하는 규제다. 금산분리 규제를 둔 목적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만약 특정 은행이 삼성의 지배를 받는다면, 삼성그룹은 은행의 자금력을 사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산업에서도 금산분리가 방지하고자 하는 이러한 상황과 유사한 경우가 나타난다.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의 힘을 활용해 타산업에 너무나도 손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금융, 상거래, 검색, 게임, 패션, 배달, 택시사업 등으로 손쉽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에 대해 금산분리와 유사한 ‘플산분리’ 규제의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플산분리란, 플랫폼 기업과 인접 산업 간의 분리를 의미한다. 네트워크 기업들이 플랫폼의 독점력을 이용하여 인접 산업에 마구잡이로 진입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나 카카오에 대해 플산분리 규제를 적용해 볼 만하다. 플랫폼의 힘을 바탕으로 인접 산업에 무분별하게 진출하여, 잠재적 경쟁기업을 죽이는 행위를 막자는 취지다. 물론 인접 산업의 범위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와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네트워크 기업의 핵심 서비스와 부가서비스의 범위를 획정한다면, 인접 산업의 범위도 쉽게 정의될 것이라 본다. 기업의 핵심 서비스만을 남겨두고, 핵심과 무관한 부가서비스 산업에 대한 진출은 막는 방식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구글이 검색엔진이 아닌 유튜브를 운영하지 못하게 하고,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애플은 앱스토어를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플산분리보다 더 강력한 처방은 ‘기업분할’이다. 특정 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커져 버린 플랫폼 기업을 쪼개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현실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2020년 10월, 미국 하원은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에 대한 기업분할을 권고한 바 있다. GAFA가 무분별하게 인접 산업으로 진출하자,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에 등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하원이 극단적 처방을 권고한 것이다.

참고로 한국에도 플랫폼 기업을 규율하는 법규들이 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이 양면시장의 특징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면 모두를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특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 쪽을 보호하는 특별법으로는 전자상거래법이 있다. 그러나 판매자 쪽을 규율하는 특별법은 없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온라인 플랫폼법의 제정에 나섰다.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에 손실을 부당하게 떠넘기는 갑질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여전히 플랫폼 기업을 더욱 강력하게 규율하는 방안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비대해진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기업분할 및 플산분리를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금융과 노동이 사라진다면

금융 이후의 금융, 금융을 대체할 새로운 도구: 
금융은 기업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관장한다. 금융은 유망한 기업을 골라내 자금을 공급한다. 반대로 어떤 기업의 실적이 부실해 보이면 과감히 빌려준 자본을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부실기업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부실기업으로부터 회수된 자금은 수익성이 높은 기업에 재투자된다. 이것이 금융의 자원 배분 기능이다. 미래에는 누가 금융의 역할을 할까? 누가 유망한 기업을 골라내서 투자하는 역할을 담당할까? 이 질문은 자본주의 이후 시대에는 “누가 정보와 데이터를 보다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같다. 만약 금융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구가 등장한다면, 이 기구가 자원 배분이라는 금융의 기능을 맡게 될 것이다.

금융을 대체할 가장 강력한 후보는 바로 정교화된 계획경제다. 언젠가는 계획이 금융보다 정확하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서 보았듯이, 인공지능의 정보처리 능력은 어떤 영역에서는 인간을 넘어섰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영역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먼 미래에 금융보다 우수한 미래 예측 능력이 있는 슈퍼 인텔리전스가 탄생한다면, 이 슈퍼 인텔리전스가 세우는 계획에 자원 배분을 맡기는 것이 낫다.

슈퍼 인텔리전스에 기반한 계획경제가 탄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에 있다. 네트워크 경제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과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냉장고에도 인공지능과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필요한 반찬과 과일 수요에 대한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다. 이처럼 사물인터넷(IoT)은 모든 사물을 데이터 생산자로 만든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중앙정부로 보고된다. 중앙정부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관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소유한 슈퍼인텔리전스는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한 미래 예측을 할 것이다.

계획경제가 금융을 대체하리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부 부문에 자금이 남아돌 가능성이 있다. 고율의 소득세와 법인세가 도입되면, 정부는 많은 조세수입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조세수입은 정부 지출로 사회 곳곳에 쓰이지만, 네트워크 시대에는 정부가 막대한 잉여자금을 바탕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정교화된 계획경제가 탄생할 수도 있다.

네트워크 그 자체는 금융을 대체할 수 있는 두 번째 후보다.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된 집단지성은 금융회사보다 미래 예측력이 뛰어날 수도 있다. 지금도 P2P와 같은 새 금융기법들은 초보적인 수준에서 투자안을 평가하고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대중들의 인기가 성공 척도가 되는 영화, 드라마, 신제품 등의 분야에서 흥행성을 예측할 때 다수의 대중이 참여하는 집단지성은 더욱 힘을 발휘한다.

집단지성과 결합한 블록체인도 금융 이후의 금융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본래 은행이라는 중개인을 배제하는 탈중앙화의 알고리즘이다. 블록체인 참여자들은 투표(합의)로 투자할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이 투표에 기반해 코인을 추가 발행하거나 대출하는 방법이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익금은 참여자들이 함께 나눈다. 블록체인을 통해 참여자들이 투자안을 평가하고 신용을 공급하는 퍼블릭 파이낸싱(public financing) 방식이다.

노동이 사라지면 우리는 무슨 일을 할까: 
자동화가 극한의 수준에 도달해 노동의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지면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살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한다면, 인간은 노동시장에서 설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보다 더 현명한 로봇 관리자가 등장하고, 인간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로봇 의사도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이 종말한 세계에서 사람들은 행복과 쾌락을 추구하는 ‘소비하는 인간’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고, 여행을 다니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우리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 될지 모른다. 소비 그 자체가 일이 되고,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인간의 일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유대관계에서 행복을 얻는다. 가족, 동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과 우정이라는 감정을 교류하면서 행복해진다. 이는 인간만이 주고받을 수 있는 감정이다. 이러한 감정의 교류를 하나의 서비스로 본다면,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기 어렵다. 따라서 미래 대부분의 일자리는 감정 교류와 관련된 일자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가족이 수행하던 기능들이 유료 서비스로 대체될 것이다. 이미 육아라는 가족 고유의 기능은 ‘베이비시터’라는 육아 서비스로 대체되었다. 아직 드물기는 하지만 애인 대행, 친구 대행 같은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머지않아 효도도 서비스업화할 것이다.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일자리도 유지될 것이다. 지금의 인공지능도 글을 쓰고, 작곡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것일 뿐이다. 인공지능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작가들은 기계가 오랫동안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예술적 창작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과학이론, 새로운 판결문, 새로운 교수법, 새로운 발명품 등은 모두 인공지능이 만들어내기 어려운 새로운 데이터들이다. 네이버쇼핑에 리뷰를 쓰는 행위도 ‘데이터 노동’이 될 수 있다. 어느 분야든 인공지능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이터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기계로 대체되기 어려울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매우 단순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일자리도 살아남을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기계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집에서 전구 갈기, 화장실 청소, 벽지 도배, 물품 진열 등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비정형적 일자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소한 일자리들은 한동안 우리 인간의 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는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대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낮고 사람들이 대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 도서요약본은 원본 도서의 주요 내용을 5% 정도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원본 도서에는 나머지 95%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와 내용은 원본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도서요약본이 좋은 책을 고르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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