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달콤한 기적들

북카라반 / 2020년 11월 / 240쪽 / 13,000원

행복하고 달콤한 기적들

행복하고 달콤한 기적들

이정 지음

저자 소개

글 쓰고 번역하고 책을 내는 사람이다. 『대단한 사람들의 소소한 인생상담』을 썼다. 연애를 못해 괴로웠던 베토벤, 슬픔 속에서 평화를 찾은 키아누 리브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엠마 왓슨, 슬픈 사랑에 빠졌던 빈센트 반 고흐 등 유명 인사 50명의 가상 인생 상담을 담은 책이다. 『강아지 마음사전』도 썼다. 반려견이 어떤 슬픔을 느끼고, 어떻게 사랑하며, 무엇에 기뻐하는지 해외 연구 자료에 근거해서 설명한 책이다. 『사랑; 짓』이라는 책도 썼다. 사랑은 영혼을 흔들고 매료시키며 현혹한다. 사랑은 완전한 행복을 주지만 때로는 가혹하게 모든 것을 빼앗기도 한다. 신묘한 사랑의 심리학 연구 결과를 모은 책이다. 『행복하고 달콤한 기적들』은 이 세상의 따뜻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달콤한 사탕처럼 금방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책이길 바란다.

책소개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위해 한 페이지만 읽어도 마음이 화사해질 글을 모았다. 세상에는 행복한 일이 많다. 해달은 차가운 바다에서도 친구와 손을 잡고 살아가고, 돌고래는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다정하게 불러준다. 침팬지는 친구들과 음주 파티를 즐긴다. 나무들도 서로 소곤소곤 대화하며 돕고 산다. 인간은 신비한 존재다. 별에서부터 시작되어 수천 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오늘의 내가 되었다. 달콤한 사탕처럼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사랑스럽고 신비한 88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요약본 본문

귀여워서 좋다

귀여운 건 깨물어주고 싶다

아주 귀여운 것은 가만 두기 싫은 게 사람 마음이다. 혀를 조금 내놓은 하얀 강아지, 방글방글 웃는 아이의 볼, 오동통한 아기 엉덩이가 그렇다. 아기 엉덩이나 볼을 보고 있으면 꼬집고 싶고,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꼼짝 못하게 꼭 안아주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귀여운 대상을 괴롭히고 싶은 마음을 귀여운 공격성(cute aggression)이라고 부른다. 2015년경부터 많이 사용된 심리학 용어다. 귀여운 공격성이 생기는 것은 귀여움이 한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사람은 극도의 감정을 느끼면 반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견딜 수 없이 기쁜 일이 생기면 눈물을 펑펑 쏟게 된다. 오래 헤어졌던 아이를 만난 엄마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울어버린다. 반대로 견딜 수 없이 화가 나고 어이없는 일이 터졌을 때는 허허허 웃음이 난다.

귀여운 것도 마찬가지다. 참을 수 없이 귀여운 것을 보면 괴롭히고 싶어진다. 주로 어린 동물이나 아기가 그런 감정을 일으킨다. 귀여운 것을 보고 이성을 잃었다면 내 잘못이 아니다. 지나치게 귀여운 상대가 내 정신을 다 뒤집어놓은 게 원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로 UC리버사이드 교수인 캐서린 스타브로풀로스는 귀여운 공격성에 대해서 연구했다. 그는 아주 귀여운 것을 깨물고 싶은 것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귀여운 아기가 눈앞에 있으면 보호자는 넋 놓고 빠져든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아기가 위태로워진다. 몽롱해진 보호자는 할 일도 잊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뇌가 개입해서 귀여움의 감동을 깨버린다. 깨물거나 꼬집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엉덩이를 꼬집으면 아기는 울거나 얼굴을 찡그릴 것이고 귀여움의 최면은 깨진다. 이제 보호자는 정신을 차린다. 밥이나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할 정신이 드는 것이다. 뇌의 공격 명령은 너무 귀여워도 정신을 잃지 말라는 뜻이다.

귀여운 것들은 정신을 몽롱하게 한다.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나 아기가 그렇다. 하루 종일 귀여움에 빠져만 있다면 누가 그들을 보살필까? 때마침 뇌가 우리를 깨워준다. 귀여운 것을 꼬집어서 울리라고 뇌가 지령을 내린다. 앙 깨물어서 귀여운 얼굴을 찌푸리게 하라는 것도 뇌의 지시다. 우리 뇌는 참 신기해서 우리가 얼빠진 상태로 있으면 나서서 깨워주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는 귀여운 것들 앞에서도 정신을 차릴 수 있다.

평범하지 않아서 더 좋다

돌고래는 바다의 요리사

돌고래는 지능이 높을 뿐 아니라 똑똑한 요리사이기도 하다. 사냥한 것을 꿀꺽 삼켜서 빨리 배를 불리는 것이 동물의 본능이지만 돌고래는 서두르지 않는다. 어떤 돌고래는 먹이를 그냥 먹지 않는다. 요리사가 음식을 조리하듯이 돌고래도 조심조심 정교하게 먹이를 손질한다.

영국 엑서터대학의 톰 트레젠자 등은 호주 남쪽의 스펜서만에서 병코돌고래의 특이한 모습을 목격했다. 돌고래가 잡은 갑오징어를 그냥 먹지 않고 다듬어서 입에 넣은 것이다. 절차도 제법 복잡했다. 1단계는 사냥이다. 먼저 바닥에 있는 오징어를 향해 전광석화처럼 돌진한다. 돌고래의 주둥이에 부딪힌 오징어는 뼈가 부러져 즉사한다. 2단계는 먹물 빼기다. 돌고래는 축 늘어진 오징어를 입에 물고 떠오르면서 여러 번 흔든다. 곧 소화를 방해하고 맛도 없는 먹물이 바닷속에 물감처럼 퍼진다. 3단계는 뼈 제거 작업이다. 돌고래는 먹물이 빠진 오징어를 물고 바다 바닥에 문지른다. 곧 살갗이 벗겨지고 오징어 몸통에서 뼈가 빠져나간다. 돌고래는 그 뒤에 오징어를 먹는다.

사람이 내장을 빼고 뼈를 추려서 생선회를 준비하듯 돌고래도 오징어를 정교하게 손질해서 먹는다. 사실 오징어 먹물을 먹고 뼈째 먹는다고 돌고래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학자들이 보기에 돌고래는 필수가 아닌데도 먹이 손질을 선택한다. 더 맛있게 먹기 위한 행동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돌고래는 취향이 확실한 미식가다. 돌고래가 오징어를 손질하는 장면을 본 한 연구자는 “돌고래는 동물 몸에 갇힌 천재”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돌고래는 머리만 좋은 것이 아니라 자기애도 뛰어난 것 같다. 자신을 위해 공들여서 요리하는 것은 힘들다. 사람들은 컵라면이나 김밥 등 무성의한 간편식을 자주 먹는다. 왜 자기 돌보기를 귀찮아하는 것일까? 다른 일을 하느라 힘을 다 썼기 때문이다. 공부하고 일하고 스트레스 받느라 진이 빠져서, 정작 자기를 돌볼 힘이 안 남는다. 자신에게 맛있는 요리를 선물하는 돌고래가 그런 사실을 안다면 사람들을 불쌍하게 생각할 것이다.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괜찮아, 눈치 보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은 참 어렵다. 거리나 지하철에서 타인의 시선이 와 닿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것은 내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다. 아주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보지 않는다. 시선을 주변 사람에게 던지기는 한다. 지하철에서 서로 눈이 마주칠 때도 있다. 그러나 신경 쓸 것 없다. 사람들은 웬만하면 서로를 유심히 보지 않는다. 나를 열심히 관찰하는 사람은 없다고 믿으며 살아도 된다.

1998년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사이먼스 등이 진행했던 실험이 유명하다. 실험의 시작은 어떤 사람 A가 행인을 붙잡고 길을 물어보는 것이다. 행인이 길을 설명하는 도중에 인부 둘이서 큰 판을 들고 질문하던 사람 A와 행인 사이를 지나갔다. 그 짧은 순간 질문하던 사람 A는 키나 체형이나 차림새가 전혀 다른 사람 B로 바뀐다.

길을 가르쳐주던 행인은 대화하던 사람이 바뀐 것을 알아차릴까?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방금까지 대화를 주고받던 사람인데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하지만 실험 결과 행인의 절반 정도만 사람이 바뀐 것을 알아챘다. 나머지 절반은 사람이 바뀌었다는 것을 몰랐다. 실험의 결론은 단순 명쾌하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보지 않는다. 유심히 보는 것이 아니라 건성으로 바라본다.

남의 시선이 피곤하다면 안심해도 된다. 내 걸음걸이나 옷차림이나 외모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는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 이유가 없다. 피해를 일으키지 않는 한에서 멋대로 입고 걷고 행동해도 상관없다.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투명인간이다. 사람들은 자기 문제에 바빠서 나를 못 본다. 그것을 알고 나면 삶이 편해진다. 남의 시선은 잊어도 괜찮다.

행복은 어렵지 않다

따뜻한 커피 한잔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마음이 쓸쓸하거나 우울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따뜻한 커피나 차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커피의 온기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릴 때 엄마나 아빠가 안아주면 따뜻함이 전해져왔던 것이 어렴풋하게나마 기억날 것이다. 엄마 아빠의 따뜻한 체온은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따뜻하게 해준다. 물리적 온기가 심리적 온기로 전환되는 것이다. 커피도 비슷하게 마음을 데워준다.

미국의 심리학자로 콜로라도 대학의 교수 로런스 E. 윌리엄스가 2008년에 재미있는 연구를 했다. 사람들에게 커피 잔을 잠시 들고 있어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차가운 커피와 뜨거운 커피 두 종류가 있었다. 이어서 커피 잔을 들어주었던 사람에게 커피 잔을 맡긴 사람의 성격이 어떨 것 같은지 말해달라고 했다. 결과가 재미있다. 따뜻한 커피 잔을 쥐었던 이들은 부탁한 사람의 성격이 따뜻하고 친절해 보였다고 답했다. 차가운 커피 잔을 들었던 사람보다 훨씬 관대하고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있으면 마음도 따뜻해져서 다른 사람을 좋게 본다는 말이 된다.

쌀쌀할 때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몸을 데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따뜻한 커피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어디 커피만 그럴까. 누군가의 다사로운 손길도 행복을 준다. 따스한 말도 따뜻한 커피 이상의 위로가 된다. 미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마음을 데워줄 것이 세상에는 이렇게 많다.

커피에 관한 또 다른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머그잔의 색깔이 커피 맛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2014년 옥스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하얀색 머그잔으로 마시면 같은 커피도 풍미가 아주 강하게 느껴진다. 강한 맛을 느끼고 싶은 날에는 하얀색 잔을 택하면 된다. 파란색은 맛의 강도가 중간이고 투명한 잔은 맛이 가장 약했다. 달콤한 정도도 잔의 색에 따라 달랐다. 같은 커피라도 더욱 달콤하게 느끼고 싶다면 파란색이나 투명한 머그잔에 마시면 된다. 하얀색 잔은 실제보다 덜 달게 느껴지게 한다. 커피 잔의 온도가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것처럼, 커피 잔의 색깔도 미각에 영향을 끼친다.

행복은 전염된다

인생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내나 남편일까? 물론 배우자도 중요하다. 그런데 좋은 배우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사람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는 바로 친구다. 친구는 배우자보다 3배 많은 행복을 준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 교수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는 행복이 어떻게 전염되는지 연구했다. 5,000명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조사한 자료를 분석해보니 행복은 정말 바이러스처럼 전염되었다. 내가 행복하면 행복감이 주변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에게 전파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바이러스 2차 감염처럼 행복도 내가 본 적 없는 사람에게까지 전해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내 행복감은 친구를 거쳐 얼굴 한 번 못 본 친구의 친구에게도 전달되는 것이다.

전염되는 행복의 강도는 사람마다 달랐다. 내가 행복하면 가까이 사는 친구가 행복해질 가능성이 25퍼센트 높아졌다. 배우자가 받는 영향은 겨우 8퍼센트에 불과했다. 행복한 사람이 친구를 행복하게 할 확률은 25퍼센트이지만 배우자의 행복감이 높아질 확률은 8퍼센트에 불과한 것이다.

나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보자. 남편이나 아내가 행복해져보아야 내 행복은 크게 늘지 않는다. 하지만 친구가 행복해지면 나는 더 행복해진다. 음식으로 비유하면 이렇다. 배우자는 나에게 음식을 겨우 8퍼센트만 떼어주겠지만, 친구는 자기 음식의 25퍼센트를 뚝 떼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친구에게 음식이 생기는 것이 나에게 더 유리하다.

살다보면 남편이고 아내고 다 필요 없다 싶을 때가 온다. 배우자도 중요하지만 내 행복의 필수 조건은 행복한 친구다. 친구의 행복을 비는 것이 내 행복을 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친구와 나는 행복 공동체다. 친구를 미워하거나 질투하지 말자. 결국 나를 해치는 일이 된다.

사랑은 좋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고통을 씻어준다

중병을 앓는 엄마가 사랑하는 딸과 얼굴을 마주하면 통증을 잠시 잊는다. 직장에서 시달리다가도 집에서 기다리는 강아지 사진을 보면 스트레스가 완화된다. 사랑스러운 얼굴이 몸과 마음의 아픔을 잊게 해준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본 이 일을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증명했다. 미국 UCLA의 심리학과 교수 나오미 아이젠버거 등은 실험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마음의 상처를 씻어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울과 불안 등 마음의 상처뿐 아니라 몸의 통증도 완화해주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면 머리가 아팠다가도 괜찮아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해주는 명약이다.

그런데 나를 버린 옛 애인의 모습은 반대 효과를 보인다. 마음뿐 아니라 몸도 아프게 한다. 배신한 애인의 사진을 응시하면 감기나 타박상의 통증이 심화될 수 있다.

마음의 상처와 육신의 아픔이 별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뇌는 둘을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 미국 미시간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이선 크로스는 버림받는 고통이 신체의 고통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애인이 떠나 가슴이 아프다면 가슴을 주먹으로 맞은 것과 같다. 옛 애인의 사진은 빨리 정리하고 애인의 SNS에는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매일 매 맞는 아픔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이미 떠나간 연인의 얼굴은 머릿속에서 싹 지우는 게 낫다. 힘이 들어도 그렇게 해야 다른 얼굴이 내 마음에 들어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죽음은 무엇일까?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감각의 상실이 곧 죽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죽음에 다다른 사람은 여러 감각을 잃는다. 허기에 무감각해지고, 앞이 안 보이고, 촉각이 무뎌지며, 냄새를 맡지 못하고,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죽음은 잠과 비슷하다. 잠이 들면 배가 고파도 잘 느끼지 못하고 앞을 볼 수 없다. 어쩌면 사람들은 잠을 자면서 죽음의 일단을 체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죽음과 수면은 본질이 다르다. 수면은 죽음과 달리 한시적이다.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가도 아침에는 일어난다. 평생을 사느라 힘이 다 빠졌다면 다르다. 까무룩 곯아떨어져서 다시 깨지 않는다. 사람은 죽을 때 감각을 잃는다. 감각을 잃는 데도 순서가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제임스 할렌베크 교수에 따르면, 제일 먼저 허기와 갈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입맛이 없어지는 것이다. 내 몸이 내 운명을 미리 아는 것이 아닐까? 몸이 알아서 음식을 거부하는 것만 같다.

입맛 다음으로 말을 잃게 된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혀끝에서 맴돌 뿐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말이 목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 일찍 해두어야 한다. 특히 사랑과 감사의 말은 말을 할 수 있을 때 다 쏟아내야 한다. 그럴 기회가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말문이 막힌 뒤에는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눈앞이 깜깜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게 된다.

죽음의 문턱을 넘을 때 우리는 말도 못하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 촉각은 꽤 늦게까지 남아 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내 손을 잡은 이의 체온은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더 고마운 것이 있다. 청각이다. 청각은 촉각이 사라진 뒤에도 끝까지 살아남는다. 죽는 순간에도 청각이 살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며 세상을 떠날 수 있다. 삶의 끝에서 감사하다거나 미안하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다.

영어권 호스피스 사이트를 보면, 임종을 지키는 순간에도 끝까지 말하라고 권고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사의 경계를 넘는 순간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어야 한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그 말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적 같은 존재다

내 몸에 세종대왕이 들어 있다

우리 몸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100만 개를 세워놓아도 머리카락 한 가닥 굵기밖에 안 된다. 그러면 우리 몸에 몇 개의 원자가 있을까? 한 설에 따르면 70킬로그램인 사람의 몸에는 7X10^27개의 원자가 있다고 한다. 무려 7,000,000,000,000,000,000,000,000,000개나 된다.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숫자보다 놀랍고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원자를 이루는 99퍼센트 이상의 공간이 비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99퍼센트를 훨씬 넘는 우리 몸도 빈 공간인 것이다. 우리 몸이 수없이 많은 풍선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풍선을 모두 터뜨리고 찌그러뜨리면 최종 부피가 어느 정도일까? 각설탕 하나 정도라고 한다. 거인의 몸도 작은 육면체 속에 들어갈 수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많은 원자는 다 어디서 왔을까? 다른 사람의 몸을 거쳐서 우리에게 왔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영국 저술가 빌 브라이슨의 확신에 찬 설명이 흥미롭다. 그는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셰익스피어의 몸에 있던 원자의 최대 10억 개 정도가 우리 몸에 들어와 있다고 했다. 부처와 칭기즈 칸과 베토벤 등 역사적 인물의 육체에 속해 있던 원자도 많으면 10억 개씩 우리에게 있다고 한다. 그 설명대로라면 나는 뉴턴, 에디슨은 물론이고 세종대왕, 이순신, 선덕여왕의 원자도 갖고 있을 것이다.

공부 못한다고 구박받는 나의 일부가 뉴턴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원자가 소심한 아이의 몸을 이루고 있다. 집을 잃은 노숙자의 몸에도 최고 갑부와 최고 권력자의 일부가 들어 있다. 세상에 하찮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모든 사람의 몸에는 위대한 사람들의 원자가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그렇다면 죽더라도 완전히 소멸하는 사람은 없다는 논리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죽지만,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가 영원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죽으면 당신을 이루고 있던 모든 원자들이 슬퍼한다. 그 원자들은 몇 년 동안 피부나 비장 속에 모여 있었다. 당신이 죽어도 원자는 죽지 않는다. 대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각자 자기 길을 간다. 공유했던 시공간의 상실을 슬퍼하면서,”

내가 죽어도 원자는 죽어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흩어질 뿐이다. 셰익스피어와 부처의 원자처럼 우리가 죽어도 우리의 원자는 어디선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별나고 사랑스러운 이들

프링글스 발명가는 프링글스 속에 잠들었다

감자 칩을 포장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비닐 봉지에 넣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튜브 모양의 원통을 활용하는 것이다. 원통에 넣으면 차곡차곡 쌓을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고 먹기도 좋다. 파손 위험이 줄어드는 것도 물론이다.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원통 포장법을 발명한 사람은 미국인 프레드릭 바어(Fredric Baur)다. 그는 튀김 기름이나 냉동 건조 아이스크림 등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하이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화학자였던 바어는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고 한다. 또 상식을 깨뜨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획기적인 물건을 발명하는 것이 그의 평생의 꿈이었다.

바어는 알츠하이머 병으로 고통받다가 2008년에 사망했는데, 독특한 장례 방식 때문에 이목을 끌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골분을 프링글스 통에 넣어서 묻어달라고 요구했고, 자녀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프링글스 통에서 영면하겠다는 말을 들은 자녀들은 처음에 농담인 줄 알고 웃었다고 한다.

그러나 바어는 진지했다. 프링글스는 그의 자부심이고 기쁨이었다. 감자칩 통 속에 들어가겠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프링글스는 그가 삶을 통틀어 가장 좋아했던 인생의 시그니처다.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사람은 죽을 때 가장 소중한 것이 떠오른다. 우리는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을 마음에 담고 떠나게 된다. 바꿔 말해서 죽어도 잊기 싫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바어처럼 가장 사랑하는 것, 가장 자랑스러운 것을 하나쯤 만들어놓아야 죽을 때 덜 외롭지 않을까.

바이킹의 결혼 선물은 고양이였다

바이킹 사회에는 특이한 풍습이 있다. 바이킹 전사가 결혼할 때는 신부에게 새끼 고양이를 선물했다. 바이킹에게는 고양이가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데 필수였다. 고양이가 사랑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여신 프레이야의 마차를 끄는 동물이다. 프레이야는 로마 신화의 비너스와 비슷하다. 사랑, 결혼, 다산, 아름다움 등을 상징하는 이 여신은 몹시 아름다워 신은 물론이고 거인과 난쟁이 그리고 인간까지도 그녀에게 매료되었다.

프레이야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몸에서 보석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프레이야가 흘린 눈물은 금이나 호박 등 보석으로 변한다. 프레이야는 매의 깃털로 만든 망토를 입고 아주 빠르게 날아다녔으며, 땅 위에서는 멧돼지를 타고 다녔다. 힐디스비니라는 멧돼지는 프레이야를 사랑한 사람 오타르가 변신한 것이라고 한다. 프레이야의 탈것은 여러 가지였지만 고양이 마차가 단연 대표적이다. 고양이 두 마리가 끄는 마차에 프레이야가 앉아 있고 그 주변에 천사들이 날며 노래하는 광경을 그린 그림이 유명하다.

바이킹 사회에서는 고양이가 프레이야를 대신해서 신혼 가정에 사랑과 다산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이 선물한 고양이는 노르웨이 숲 고양이다. 신부에게 고양이를 선물한 풍습은 귀엽다. 포악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가졌지만 바이킹의 속마음은 여리고 예뻤던 것이 아닐까.

지구에는 좋은 일이 많다

지구는 인간을 돌보아준다

인간이 가장 행복한 기온은 13.9도라고 한다. 그런데 지구가 인간을 사랑하는 것일까? 지구는 100년 동안 인간이 가장 행복한 기온을 유지해주었다.

2013년 일본의 경제학자로 오사카대학 경제 대학원 쓰쓰이 요시로 교수는 기온이 몇 도일 때 사람이 가장 행복한지 연구했다. 그리고 섭씨 13.9도가 가장 행복한 기온이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조사는 인터뷰를 통해 이루어졌다. 17개월 동안 오사카대학 학생들에게 기분이 어떤지 질문하고 답을 받았다. 누적된 자료가 3만 2,000건에 달했는데 분석 결과 사람의 행복감이 최고치에 오르는 기온은 13.9도로 나타났다.

13.9도는 3월과 10월 정도의 기온이다. 이때는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재킷을 입을 수 있다. 후드나 바람막이나 야상 중에서 아무거나 입어도 된다. 움직여도 땀이 나지 않아서 쾌적하고 천천히 산책 다녀도 춥지 않을 기온이어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지구가 인간이 가장 행복한 기온인 13.9도를 유지해왔다. 그것도 100년씩이나 말이다.

미국국립해양대기청 사이트를 보면 알 수 있다. 1901년에서 2000년까지 해양과 육지를 합친 평균 기온은 섭씨 13.9도였다. 지구는 인류가 가장 행복해하는 온도를 100년 동안이나 선물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생색내지 않고 묵묵히 사람들을 보살펴왔다. 인류는 가장 행복한 기온의 행성에 살고 있는 것이다.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반도도 기분 좋은 기온을 자주 선물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4월 서울의 평균 기온이 13.9도였다. 2018년 10월 전주의 평균 기온이 13.9도였다. 제주도는 2018년 11월 평균 기온이 13.9도였다. 모르고 지날 뿐 우리는 자주 행복하다. 지구가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지켜준다.

영원히 자라는 부위가 있을까?

사람은 20대가 되면 성장이 멈춘다. 키는 더 자라지 않고 손과 머리의 크기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자라는 부분도 있다. 먼저 머리카락이 그렇다. 머리카락이 나지 않아서 고민하는 사람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머리카락이 계속 자란다. 손발톱도 대부분 생명이 다할 때까지 자란다. 그런데 머리카락과 손발톱이 계속 자란다고 해도 불편하지는 않다. 깎고 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깎을 수도 없는데 평생 자라나는 것이 우리 몸에 있다. 바로 귀와 코다. 귀와 코는 조금씩이지만 죽을 때까지 커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코와 귀가 커지는 것은 중력 때문이다. 귀와 코에는 연골이 있는데 중력에 의해 연골이 늘어지면서 아래로 쳐지게 된다.

영국의 의사 제임스 히스코트는 오랜 시간 성인의 귀를 재서 기록했다. 히스코트에 따르면 성인의 귀는 한 해 약 0.22밀리미터 커진다. 50년 동안 1센티미터 정도가 늘어나는 것이다. 100년이면 2센티미터다.

코는 늘어지고 커지기도 하지만 볼살이 빠지고 입술도 얇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코와 귀는 이 순간에도 중력 때문에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의 얼굴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세보다는 80세 노인의 귀와 코가 커 보인다.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트롤은 코와 귀가 아주 크다. 한국의 도깨비도 귀와 코가 큼지막하게 그려진 것이 많다. 나이가 아주 많이 든 인간의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신기한 일이다. 코와 귀를 생각하면 인간이 1000년도 못 사는 것이 다행인 것 같다. 200년이나 300년 살면 커다란 코와 귀를 매일 보아야 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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